[정론] 기업가형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입력 2016-04-05 10:3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조지워싱턴대 초빙교수

한국의 수출정책에서 큰 오해가 하나 있다. 종합상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무용론이다. 라면에서 로켓까지 해외에 수출해서 마진을 챙기는 1980년 우리나라의 ‘거래(trade)모델’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종합상사는 상품력을 가진 기업과 정보력을 가진 종합상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정보의 비대칭성’만큼의 마진을 챙겨주는 거래기반의 종합상사 모델이었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력을 가진 종합상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거의 없어지고 종합상사 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삼성물산, LG상사 등은 자산 규모도 점차 위축되어 가고 있어 이를 입증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일본 종합상사의 지난 10년간 경이적인 이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도 종합상사 사양론, 겨울시대, 무용론이 있었지만 더 이상 제품거래를 개척해서 마진을 챙기는 트레이드(trade) 모델이 아니라 디벨로퍼(developer) 혹은 오거나이저(organizer) 모델로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상사는 3M이라 부르는 미쓰비시 상사, 미쓰이 물산, 마루베니 상사 외에 이토추, 스미토모 등이 있다. 이들의 자산규모는 평균 50조원, 미쓰비시 상사의 경우 100조원에 이르면서 이들 종합상사의 매출액이 일본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위인 미쓰비시 상사의 매출은 200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제품(Product)을 팔아서 마진을 챙기는 비즈니스를 넘어, 프로젝트(Project)를 개발하여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금융기관, 운영자, 인프라 등 파트너들을 조직화하는 플랫폼 모델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기획·생산·운영 등의 디벨로퍼 모델을 통해 해외에서 없는 블루시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 종합상사의 연봉은 매력적이고, 이들 직장의 젊은이들은 최고의 신랑감으로 등장하고 있다. 2012년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입사 5년차 평균 연봉은 약 1100만엔(약 1억1000만원)이다. 해외에 파견되는 경우 본사와 해외지사에서 연봉을 받기 때문에 입사 6년차인 청년의 연봉이 약 2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일본 종합상사는 해외 주재원 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곧 미래의 먹거리인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디벨로퍼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마르베니는 이렇게 해서 찌레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루베니가 디벨로퍼가 되고, 여기에 참가한 중부발전의 찌레본발전소는 프로젝트의 발전소 운영자로 참여했지만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글로벌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서로 갈등관계에 있다. 서비스업을 육성하자는 이야기는 제조업을 상대적으로 경원시하자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에서 나오고, 서비스의 경쟁력은 제조업에서 나온다. 제조기업은 ‘제품의 서비스화’(Product Servitization)를, 서비스 기업은 ‘서비스의 제품화’(Service Productization)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서비스화는 전방의 가치사슬에는 R&D, 엔지니어링 서비스가 필요하고 후방 가치사슬에는 종합상사 서비스가 필요하다. 경영학에서 그렇게도 떠들고 있는 ‘기업가형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가 필요하다. 디벨로퍼형 종합상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수출의 가능자(Enabler) 역할을 할 수 있고,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 너 혼자 열심히 수출해봐!!’ 이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출을 도와줄 수 있는 기업가형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제 대한민국도 제품(Product) 수출시대에서 프로젝트(Project) 수출시대로 바꾸고, 제품의 서비스화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동물병원 댕댕이 처방 약, 나도 병원서 처방받은 약?
  • “해 바뀌기 전 올리자”…식음료업계, 너도나도 연말 가격인상, 왜?!
  • 어도어, 뉴진스 '계약 해지' 기자회견에 반박…"전속계약 여전히 유효"
  • '돌싱글즈6' 최종 세커플 탄생, '이별 커플' 창현과 지안…결별 이유는?
  • 정우성-문가비, '혼외자 스캔들' 며칠째 떠들썩…BBC도 주목한 韓 연예계
  • 한은 금통위, 2회 연속 인하·부총재 소수의견·1%대 성장 전망 ‘이변 속출’ [종합]
  • ‘900원 vs 150만 원’…군인 월급 격세지감 [그래픽 스토리]
  • ‘고강도 쇄신’ 롯데그룹, CEO 21명 교체…신유열 전무 부사장 승진 [2025 롯데 인사]
  • 오늘의 상승종목

  • 11.29 10:4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241,000
    • -0.34%
    • 이더리움
    • 4,956,000
    • -1.63%
    • 비트코인 캐시
    • 708,500
    • -2.48%
    • 리플
    • 2,158
    • +5.89%
    • 솔라나
    • 330,100
    • -2.45%
    • 에이다
    • 1,454
    • +2.39%
    • 이오스
    • 1,126
    • -1.49%
    • 트론
    • 282
    • +0.36%
    • 스텔라루멘
    • 690
    • +1.1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750
    • -2.71%
    • 체인링크
    • 24,770
    • -3.32%
    • 샌드박스
    • 938
    • +11.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