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은 12일 한꺼번에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퇴직하는 이들은 해외증권실, 운용전략실, 대체투자실, 주식운용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 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중견급이다.
기금운용본부 퇴직자는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만 18명 가량이 회사를 나갔다. 이는 이미 지난해 퇴직자 수인 10명을 뛰어넘은 수치다.
지금도 퇴직자 수가 많지만 이는 대규모 이탈의 전조 현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금운용본부 인력 215명 중 50명은 6개월 이내에 계약 기간이 끝난다. 이들의 계약 만료가 내년 초 기금운용본부 본사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전주로 이전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엑소더스(Exodus)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퇴직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직원이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력을 어느정도 갖춘 운용역들의 거처는 대부분 서울"이라며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여의도, 을지로 등에 모여있는 것도 지방을 가지 않으려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연봉 인상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이탈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상반기 운용직 연봉을 9%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규모 이탈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기획재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공단 측이 기관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봉 인상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경력을 쌓을 선망의 직장으로 꼽혔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기 하락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올해 중순 기금운용본부의 공개 채용 경쟁률은 7대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관의 공채 경쟁률이 10대1을 밑돈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애초 30명을 뽑으려던 국민연금 적합한 인력을 찾지 못해 22명만 채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운용인력이 자주 바뀌는 데다 우수 인력들도 이 기관의 지원을 기피하면 전문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