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관련해 경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책은 ‘동향 파악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이한 대응이란 지적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 조치를 취한 게 없어 대응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암시하기 시작한 건 한미 당국의 발표 직후인 지난해 7월이지만, 우리 정부는 반 년이 지나도록 안이한 대응으로 심각한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난해 7월 국회 긴급현안 질문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돼 있다”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같은 자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경솔하게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정부의 판단 착오로 당장 수출 경기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 넘고, 지난해 무역흑자가 374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대중국 수출에 힘입은 덕분이었다. 지난 1월과 2월에 대중국 수출은 각각 13.4%, 28.7% 급증했다.
내수 경기 역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이 중국인인 상황에서 관광ㆍ쇼핑ㆍ여행ㆍ숙박ㆍ음식점 등 전방위적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깊이 우려된다”며 오는 9일로 예정된 민관 합동 한ㆍ중 통상점검 TF를 7일로 앞당기고, ‘사드 보복’에 따른 전 업종 동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TF회의에서도 대응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국의 방침을 잘 거스르지 않는 중국인들의 성향으로 볼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WTO 제소 등 법적 대응 역시 중국 당국이 국제 규범에 명확히 어긋나는 조치를 취했는지를 밝혀내기 어렵고, 당면한 보복 조치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며, 위기에 정면 대응하고 현안에 대한 뚜렷한 경제철학과 대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