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은 중·장기적 조세정책 로드맵을 만들고자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당·청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숙의(깊이 고민하는)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여소야대’ 지형에서 정책 결정 전 국민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내 정부가 주도하는 그림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은 당·청의 이러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졸속 원전폐쇄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라는 기형적 체계를 도입하더니, 이제는 증세에 대해서도 공론화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세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시도는 좋지만, 그것이 여야정의 초당적 협치, 의회를 통한 입법이라는 법적 절차를 회피하려는 광장정치의 일환이라면 (이는) 헌법을 위반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증세공론화위 설치 구상은 여론조사에 정부 역할을 내주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세는) 헌법과 법률에도 못 박혀 있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공론화위를 통해 조세를 정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국왕들이 과하게 세금을 매기는 것에 저항해서 생겨난 것이 의회”라며 “국민의 대표도 아니고 누가 위임하지도 않고 어떤 사명도 부여받지 못한 기구로 조세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조세 형편이나 조세 정의, 조세 여건 전체를 고려해서 세법 개정 내에서 국회 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이고 일의 합리적 순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야당들은 증세 문제만큼은 국회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며 공론화위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당·청은 증세 공론화위를 가동한 뒤 소득세법, 법인세법, 관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법 개정을 통해 향후 5년간 17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공공일자리 창출, 복지·교육비·소상공인 지원, 국방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증세안은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10~11월 조세소위 심의를 거쳐 12월 본회의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통과는 미지수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들 모두 세법 개정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