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조동진, 그의 노래로 우리는 행복했다

입력 2017-08-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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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조동진 님께서 2017년 8월 28일 새벽 3시 43분 별세하셨습니다.’ 가수 조동희가 오빠이자 음악 멘토였던 조동진의 죽음을 페이스북에 알렸다. 9월 16일 무대에 서는 조동진을 만날 생각에 지난 며칠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일순간 긴 이별의 슬픔으로 변했다.

어떤 이는 젊은 날 초라한 영혼을 위로해준 조동진의 죽음이 아주 서럽다 했고, 어떤 이는 힘겨웠던 젊은 시절 숱한 상처를 조동진의 노래로 치유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조동진의 음악을 들으며 고달픈 삶에 진정한 위안을 받는다는 사람이 있고, 그의 노래를 부르면 음유시인이 되고 세상을 관조하는 철학자가 된다는 사람도 있다. 방광암과 사투를 벌이면서 13년 만에 대중과 만나는 콘서트를 준비하다 28일 70세를 일기로 숨진 조동진과 그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단상(斷想)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1966년 록밴드로 미 8군 클럽 무대에 오르며 데뷔한 조동진은 1979년 ‘행복한 사람’이 수록된 1집 앨범 ‘조동진’을 시작으로 1996년 5집 ‘조동진 5: 새벽안개/ 눈부신 세상’을 발표했다. 그리고 20년 뒤인 2016년 6집 ‘나무가 되어’를 세상에 내놓았다. 여섯 장의 앨범을 수놓은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 ‘슬픔이 너의 가슴에’ 등 조동진의 노래는 대중의 가슴을 적셨다. 양희은의 ‘작은 배’, 서유석의 ‘다시 부르는 노래’, 김세환의 ‘그림자 따라’ 등 조동진이 만든 음악은 대중의 마음에 스몄다.

전문가들은 포크 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1집 ‘조동진’을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선정했다. 조동진의 음악적 세례를 받은 조동익, 장필순, 한동준, 정원영, 이규호, 오소영, 유희열 등 후배 뮤지션은 대중음악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의 대부’ ‘포크의 멘토’ ‘노래하는 음유시인’ ‘싱어송라이터의 선구자’ 등 쏟아지는 헌사(獻詞)와 수식어로는 조동진과 그의 음악을 가둘 수 없다. 조동진의 음악은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논문 ‘청년문화의 대두와 좌절’에서 적시한 비판적이고 자기성찰적인 김민기, 자유주의적 히피즘의 한대수, 자유분방한 펑크적 감수성의 이장희, 다양한 음악의 층위를 보여준 송창식 등 동시대 활동했던 포크 가수의 노래와 큰 차이가 있다.

조동진의 음악에는 내면을 향한 치열한 성찰, 시대와 사회에 휩쓸리지 않는 깊은 사색, 감각과 자극을 초월한 관조적 시선, 강력한 서사와 선언적 구호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서정, 많은 의미를 내포한 고요함과 느림의 미학, 절망적 외로움을 승화시킨 따뜻한 고독이 내재한다.

시인 이원이 말한 것처럼 조동진의 음악은 순식간에 나를, 세상을 고요하게 만드는 노래이며 아득함, 그리움, 슬픔, 간결, 고뇌, 시대, 희망, 선명함을 다 담으면서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노래다. 또한, 문학평론가 함돈균의 언표(言表)처럼 조동진은 말소리와 말뜻과 악기 소리를 하나로 빚어 제 뜻을 표현하고 제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악으로 시를 쓰는 조동진의 노래로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위로받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좋은 노래는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라는 음악적 신념을 평생 견지했던 조동진의 음악은 일회성 관심과 함께 단명하는 유행가의 숙명을 뛰어넘으며 시대와 세대를 관통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조동진이 지상의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그가 만든 ‘다시 부르는 노래’의 ‘서러워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 텐데 …’라는 노랫말처럼 조동진은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대중의 가슴속에 끝없이 살아 있을 것이다. 조동진이 있어서, 그리고 그의 노래가 있어 우리는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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