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PX 입점 후 가족 등 홍보효과, 입소문에 매출 급등
블랙 스네일 크림 3500만개 팔려...미·일·동남아서도 인기

고운세상코스메틱(고운세상)의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는 피부과 등에서 유통되는 원내용 화장품으로 출발해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은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누적 판매량 3500만 개 ‘블랙 스네일 크림’, 2700만 개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 등 피부관리 중점을 둔 히트 상품이 대표작이다.
고운세상 창업자 안건영 박사는 어린 시절 끓는 우유가 쏟아지는 사고로 오른쪽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다. 안 박사는 이런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피부과 전문의가 됐다. 피부 건강의 핵심인 ‘피부 장벽’이 무너진 환자들을 진료하며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화장품을 만들자’라는 생각에서 닥터지를 론칭했다. 안 박사는 현재 명예회장으로서 고운세상 연구개발(R&D) 멘토로 활동 중이다.
닥터지의 대표 상품 블랙 스네일 크림은 보습, 영양, 미백 등 크림 하나로 다방면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안티에이징 크림이다. 검은 달팽이 점액 여과물 20%와 프로폴리스를 함유한 고영양 제품인데, 끈적임 없는 사용감으로 인기를 끌었다.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은 5-시카 콤플렉스, 베타글루칸, 카테킨 등 피부 진정에 뛰어난 자연 유래 성분을 함유, 수분 진정 기능이 뛰어난 저자극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창업자인 안 박사가 중시하는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03년 원내용 화장품으로 론칭한 닥터지는 병원을 넘어 일반 소비자와 접점 확대를 위해 2011년 CJ올리브영(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올리브영은 수많은 중소 뷰티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이라, 입점 초기 닥터지의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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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지의 명성이 알려진 때는 2015년부터다. 블랙 스네일 크림이 2015년 군부대 마트(PX)에 입점하면서 ‘군(軍)통령 화장품’으로 불릴 만큼 장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고운세상 내부에선 PX 입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끝내 PX 입점을 밀어붙인 건 이주호 대표이사다. 이 대표는 장병을 비롯해 그의 가족과 친구 등에게 닥터지를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2016년 202억 원이던 고운세상 매출은 2018년 992억 원으로 뛰었다. 블랙 스네일 크림은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PX를 중심으로 20대에게 큰 입소문을 탔다. 2018년 병장 월급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PX 화장품 구매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2018년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닥터지를 각인 시킨 해다. 당시 올리브영의 연간 최대 행사이자 매장 내 노출 효과가 가장 큰 ‘파워팩’ 행사에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을 중심으로 제품력 호평이 이어지며 3주 간 29억 원의 매출을 냈다.
2021년 닥터지는 올리브영에서 단일 브랜드 중 처음 월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소비자의 사랑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 미국, 일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 판매 중이다. 특히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아마존에 입점 후 약 120%의 월 평균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고운세상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40%를 기록, 연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