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원 평창 모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을 비공개로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며 북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김의경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북한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뜻하는 ‘본질적 해결’을 언급하며 북한을 설득했다고 청와대가 밝히고 있지만 직접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해 이전 북측과의 대화 내용보다는 한 단계 진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방한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화할 뜻이 있다는) 평양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혀 북미 대화 가능성의 길을 열어놨다. 다만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막다른 길”이라고 경고해 북핵 문제와 분리한 대화는 없을 것을 천명했다.
이번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쪽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에 따라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계기로 북미 실무자 간 접촉 가능성이 있었다는 보도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밤 동계올림픽 폐회식 현장에서 북한의 대미 외교 담당인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과 앨리슨 후커 미 국가 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이 보이지 않아 실무 접촉 가능성을 보도했다. 만일 비밀리에 실무 접촉이 있었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 성사에 무게를 둘 수 있어 남북 대화가 급진전할 수 있다.
한편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대외 관계엔 훈풍이 불고 있지만 야당이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한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파행 등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는 6월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