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3곳가량은 올 들어 감원이나 정리해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인력을 늘리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이투데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함께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 기업 458곳 중 129곳(28.2%)이 “올해 인력 감축이나 정리해고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감원·정리해고 고려 이유로는 ‘업황 악화(3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적자 상황 지속(31.9%)’과 ‘조직 축소(28.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한 비율이 높았다. 종업원 500명 미만 기업(375곳)은 세 곳 중 한 곳(115곳·33.6%)꼴로 감원이나 정리해고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 중에서 감원·정리해고를 고려했다고 답한 비율은 8.3%였다.
또한 창립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일수록 인력 감축 압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창립 10년 차 미만 기업 중에서는 34%가 올해 정리해고나 감원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20년 차 기업의 28.6%, 20년 차 이상 기업의 27.1%가 감원 등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오래된 기업일수록 인력 조정을 고려했다는 응답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채용 인력을 늘리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기업 386곳(48.1%)이 ‘비용 부담’을 꼽았다. ‘숙련된 인력 부족’이나 ‘고용 유연성 부담’ 등을 꼽은 기업은 각각 171곳, 74곳이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담배업(70.8%), 도소매업(62.5%), 섬유·의류업(61.1%) 등에서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전자통신영상(52.5%), 기계정밀기기(44.6%), 운수 및 창고(44.4%) 업종에서는 숙련 인력 부족 때문에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았다.
수출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많이 느꼈다. 수출 비중별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인력 채용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다.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25% 미만인 기업에서는 77.5%가 채용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비용을 꼽았다. 수출 비중이 25~50%, 50~75%로 높아질수록 이 비중은 각각 85.7%, 90%로 올라갔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이상인 기업들은 모두 비용 부담을 채용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고 정책적, 대외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기업이 인력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나 인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