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움직임에 전 세계에서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 게임업계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6월 게임개발자 연맹이 게임 질병 분류 개정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게임 장애가 다른 질병처럼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아 과학계가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정안에 게임 장애 등재가 확정되면 다른 장애도 형식화하고 게임 질병 진단을 남용하는 등 도덕적 공황이 조성돼 세계 보건 시스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맹은 “모든 종류의 장치와 플랫폼을 통해 교육적, 치료적, 레크리에이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사람이 게임을 문제없이 즐기고 있다”며 게임의 안정성을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ESA), 유럽 게임개발자 연맹, 캐나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 브라질리언 유니언 오브 비디오 앤 게임,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우스 아프리카 등 8개 협·단체가 이름을 올렸다.사실상 전 세계 게임업계가 게임 질병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토론회와 강연회 등을 열며 지금까지 게임질병 등재를 반대해 왔다. 업계에서는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것이 비과학적이고 게임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를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 해외 수출액은 5조 원이 넘는 문화콘텐츠산업”이라며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부정적 여론이 높아져 해외 수출 등에서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역시 “학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전담반을 구성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며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도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게임장애 등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WHO가 2022년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개정을 통해 질병코드 도입을 서두를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게임 장애를 질병화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