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구글 파업 주최 측은 트위터 계정 구글워크아웃(@GoogleWalkout)을 통해 전 세계 40개 구글 지사에서 1만700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해 뉴욕, 런던, 싱가포르, 베를린, 도쿄 등에서 1일 오전 11시 10분부터 파업이 시작됐다.
파업 참가자들은 구글의 표어였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비꼬며 시위 구호로 사용하고 ‘성폭행 문화를 끝내자’, ‘모두를 위한 평등’, ‘헤이 구글, WTF(욕설)’ 등이 쓰인 피켓을 들었다.
주최 측은 “구글은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 인종 차별과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거의 없었다”며 “형평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구글의 전 부사장이자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앤디 루빈의 성추행 의혹을 회사 측이 묵인하고 9000만 달러(약 1024억 원)의 퇴직 보상금까지 줬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보도 이후 구글 연구기관 알파벳X의 총괄 디렉터였던 리처드 드볼은 면접을 보러 온 여성을 추행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임했다. 이외에도 최소 48명의 구글 직원이 성범죄 혐의로 해고됐다.
구글 직원들은 성범죄 혐의가 회사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고소를 진행하려는 피해자를 강제로 중재 테이블에 앉히는 등 ‘강요된 합의’가 이뤄지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업 주최 측이 구글 경영진에 보낸 공식적인 요구사항은 6가지다. △급여와 기회의 불평등을 끝내겠다고 약속할 것 △성적 괴롭힘 관련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할 것 △성범죄 발생 시 익명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명확하고 일관된 전 세계 공통 프로세스를 마련할 것 △최고 다양성 관리자가 CEO와 직접 대화·권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상승할 것 △이사회에 직원 대표 임명 △직원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 사례에서는 강제 중재를 없앨 것 등이다.
강제 중재란 실리콘 밸리 노동자들이 내부적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나 다른 해결책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회사와 피의자의 평판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항고하지 못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언론들이 구글의 파업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내에서도 이번과 같은 대규모 파업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BBC는 점점 더 많은 노동자가 ‘직원 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켈리 맥엘하니 하스경영대 교수는 “여성들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난 것”이라며 “단지 여성들만 질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파업을 보도하면서 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발행인인 로스 레빈슨이 과거 성희롱 전력이 들통나 무급 휴직 처분을 받은 사례를 덧붙였다. 신문은 “도미노처럼 줄줄이 드러나는 성희롱 사건이 미국 사회에서 예외적인 일인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구글의 주가는 10월 기술주 급락장에서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1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1085.60달러로 전일 대비 0.46%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