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본사의 오피스 면적을 넓힐 계획이 있는 회사가 38%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올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10% 이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규 오피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임차인의 인식이 시장에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 기업인 CBRE 코리아는 10일 ‘CBRE 포럼 2019’를 개최하고 ‘2019년 임차인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처음 실시하게 된 이번 설문조사는 다국적 기업 70개의 기업 부동산 담당자와 임원을 상대로 최근 한 달에 걸쳐 온·오프라인을 통해 질의한 내용이다. 응답자의 47%가 국내기업에 다니며, 약 40%가 1000명 이상을 고용하는 회사에 속해 있다.
이 설문에서 ‘향후 3년 내 한국 본사 오피스 면적의 변화 예상치’를 묻는 말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2%가 넓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변화 없음’이 36%, ‘1~10% 감소’가 19%, ‘10% 이상 감소’가 7%를 기록했다. 늘리겠다는 응답으로는 ‘1~10% 증가’가 28%, ‘10% 이상 증가’가 10%를 보였다.
이는 본사 인력을 늘리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과 괴리를 보였다. ‘향후 3년 내 한국 본사 인력 규모의 변화 예상치’를 묻는 말에 대해 ‘10% 이상 증가’ 32%, ‘1~5% 증가’ 20%, ‘6~10% 증가’ 8% 등 늘리겠다는 응답이 60%를 보인 것이다. ‘감소’는 11%에 그쳤다.
발표를 맡은 최수혜 CBRE 코리아 리서치총괄은 “이번 조사는 본사 인력 규모가 늘더라도 실제 오피스 면적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임차인들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상업용 부동산 전략’을 묻는 질의에 대해 응답자들은 ‘보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21%)을 1순위로 꼽았다.
향후 3년 내 대규모 이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25%가 ‘있다’고 답했다. 진출하려는 지역은 도심권역(CBD)이 46%, 강남권역(GBD)이 26%, 여의도권역(YBD)이 13%, 기타권역이 16%로 나타났다.
한편 오피스와 기업 생산성의 연계가 중요한 고려 요소로 떠오르며 ‘행동기반 업무공간(ABW)’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BW란 업무 특성 및 직원 활동 패턴에 맞춰 업무 공간을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치나츠 카네코(Chinatsu Kaneko) CBRE 북아시아 업무공간전략총괄은 “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에 고도로 참여하는 인력 비율이 세계 평균 30%인데 한국은 7%를 기록했다”며 “업무에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기업 문화는 고리타분한 업무공간의 변화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 일본 IT기업이 ABW를 도입한 뒤 취업 지원자 수가 전과 비교해 500% 증가하는 인재 유치 효과를 보인 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