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별도 기준 1조70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보다 7.5% 줄어든 수치다. 대리점 갑질과 분유 이물질 파동, 오너 일가 리스크 등 각종 내홍에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래 10년 만에 붕괴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015년 171억 원, 2016년 351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12억 원, 지난해는 6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로 따져보면 2% 안팎 수준에서 0.5% 전후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남양유업은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인건비 등을 이유로 유제품의 평균 가격을 4.5% 인상했다. 남양유업은 당시 “가격 인상은 2013년 이후 5년 만으로, 원유가격 인상 외에 그동안 누적된 생산 및 물류비용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으로 불가피하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원유 가격은 전년보다 ℓ당 4원(0.43%)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남양유업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 원재료인 원유의㎏당 단가는 1053원으로 직전 2년간의 1060원대 중반보다 10원가량 낮다. 원유 가격 인상분을 낙농가 등에 전가해 원재료 가격을 낮췄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제품가 인상의 주된 근거로 든 인건비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직원들의 급여는 되려 줄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 원가 중 인건비는 1219억 원으로 전년 1238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판관비로만 따져봐도 작년 급여는 415억 원으로 전년 451억 원에서 감소했다. 또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 역시 전년 4536만 원에서 지난해 4412만 원으로 124만 원(2.7%) 줄었다. 특히 남자 생산직(5662만→5211만 원)과 관리직(5073만→4286만 원)의 감소 폭이 컸다.
반면 홍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연봉은 유지되거나 되려 큰 폭으로 올랐다. 홍 회장의 작년 급여는 16억1931만2000원으로 전년도 16억1971만2000원과 비교해 변동이 거의 없었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8명의 보수총액은 33억9300만 원으로 1인당 4억2400만 원을 받았다. 직전해인 2017년 임원 10명의 보수총액 27억8500만 원, 1인당 2억7900만 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1인당 급여는 52%가량 상승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임원 급여는 지난해 임원 퇴직금 정산에 따른 일시적 증가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가 지급됐다”며 “총매출액 대비 임직원 인건비 비중도 2017년 12.8%에서 지난해 14%로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