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신주인수증권 행사 이익을 조세 회피를 위한 증여 행위로 단정하지 말고 손실 등의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 외부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 증여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흥복 유비벨록스 대표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비벨록스는 2011년 6월 권면총액 100억 원의 무기명식 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이 대표는 산은캐피탈 등 인수회사의 요구에 따라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액의 절반인 50억 원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2억2500만 원에 인수했다. 당시 유비벨록스의 주가는 한 주당 1만7650원이었다.
이후 유비벨록스가 2011년 7월에 위치추적 특허를 등록하고 11월에 팅크웨어를 인수하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2년 9월 이 대표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날 주가는 2만9000원이었다.
이 대표는 신주인수증권 취득 거래와 행사로 인해 재산증여가 이뤄졌다며 4억1000여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신주인수증권 취득이 재산증여를 위한 우회거래가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만큼 과세대상이 아니라며 세무당국에 경정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신주인수증권 취득이 사업상 목적 때문인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회사를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40조 1항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ㆍ교환해 얻은 이익은 증여재산으로 규정한다. 다만 42조 3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로,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1심은 "원고의 신주인수권 취득이 거래 관행상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신규 사업 추진 등 자금조달의 필요성에 따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점, 원고가 신주인수증권을 취득한 것은 캐피탈 회사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고려해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고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객관적으로 결정됐고, 일정 기간마다 특수관계가 없는 캐피탈 회사들과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이라며 "원고가 처음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신주인수권의 취득과 행사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차익을 얻을 것을 예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비슷한 정현진 전 이노셀 대표, 윤성준 인트로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이 제기한 다른 3건의 소송도 세무당국이 증여세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원장은 2010년 우리들휴브레인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당시 2대 주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