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금융당국과 내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앞서 카드업계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불충분하다며 다음 달 말까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 완화 등 핵심 쟁점 재협상에 난감해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6개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전날 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면담 일정을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카드노조 핵심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면담 요청을 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이 와봐야 알겠지만 필요하다면 국회 일정과 함께 요구 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금융당국과 함께 여당 정무위원들을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쳐 접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카드업계는 9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불만족하고 있다. 카드사는 당장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에서 ‘연전연패’하고 있지만 이번 방안에는 관련 내용이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도 총자산에서 빅데이터 사업 자산과 중금리대출을 제외해주는 선에 그쳐 반쪽짜리라는 평이 나왔다. 기존 부가서비스 축소도 단계적 완화로 장기 과제로 묶였다.
특히 레버리지 비율 완화는 수수료 수입 감소로 대체 수입원이 필요한 중·소형 카드사에 더욱 절실하다. 실제로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각 카드사 카드 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은 104조 원으로 2017년 대비 5.5%(5조4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이 10%(4조 원) 증가했는데 이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입분을 카드론 확장으로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비율 완화에 부정적이다. 앞서 금융위는 개선안에 “금융사 건전성 확보장치 필요를 위해 현행 6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역시 “기본적으로 금융위와 같은 입장”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또 다음 달부터 카드사 수수료 협상 관련 현장점검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카드사가 요구 사항을 강력히 전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점검 대상이지만, 카드사의 리베이트 지원도 함께 점검할 수 있는 만큼 관련 협상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