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멜빈 브래그, ‘영어의 힘’

입력 2019-05-12 17:3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영어는 원래 영국 토착어가 아니었다

영어가 원래 영국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던가. 원래 영어는 영국 토착어가 아니었다. 로마가 영국 땅을 떠난 이후 로마제국의 남겨진 폐허를 지키기 위한 용병들이 갖고 들어온 언어다. 그 용병들은 영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살았던 북부 유럽의 게르만족이었다. 영어의 흥미진진한 성장사를 다룬 책이 멜빈 브래그의 ‘영어의 힘’이다. 이 책은 저자가 BBC라디오 방송에서 ‘영어의 여정’이란 이름으로 만든 25부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5세기부터 지금까지 영어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성장 단계를 밟아온 것인가를 다룬다.

게르만족이 건너올 당시인 기원전 6세기 무렵 영국에는 유럽 북부에서 켈트족이 침입하여 영국에 정착하고 있었고, 이들을 브리튼족이라 부른다. 통상 영국의 원주민은 이들을 말한다. 게르만족이 영어를 들고 영국 땅을 밟았을 때 영국에는 앵글족, 색슨족, 주트족 등 최초의 부족들이 사용하던 지역 언어가 있었고 이들 가운데 어느 언어가 우세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당시 켈트어가 다소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켈트어는 기원전 55년 카이사르(시저)의 영국 지배로부터 로마군이 449년까지 머물렀기 때문에 라틴어의 잔재가 켈트어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영어가 두각을 나타내는 데 200~300년이 걸렸으며, 특히 영어의 강력한 경쟁력은 교활함 즉, 먹성이었다. 주변 언어를 무자비하게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영어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오늘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대략 100여 개가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고대영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목록 가운데 예외는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온 세 단어(they, their, them)와 프랑스에서 온 한 단어(number)뿐이다.

영어가 차용한 언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독교가 영국에 전해졌고 아울러 교회에서 사용하던 라틴어와 라틴어 속에 들어 있는 그리스어를 영어는 받아들인다. 엔젤, 미사, 비숍, 몽크 등과 같은 단어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교회가 영어에 기여한 바는 문자를 채택토록 한 것이다. 부유한 주교들은 로마에 가서 그림과 책 그리고 성인들의 유물을 갖고 왔는데, 이때 함께 들어온 것이 로마의 알파벳이다. “문자만이 언어를 보호할 수 있다. 문자는 후손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준다. 그리고 모든 경계선을 넘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로마자 알파벳은 고대 영어의 알파벳의 기초가 되고, 문자로 표시되기 시작한 영어는 성장의 날개를 단다.

영어는 바이킹족의 침략을 견뎌냈고 프랑스 침입도 이겨냈다. 설령 권력을 지배층이 가졌을지 모르지만 영어는 오히려 침입자들의 언어를 차용해 풍성함을 더해갔다. 특히 영어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언어는 프랑스어다. 1066년 프랑스 노르만디 공국의 듀크 윌리엄에 의해 잉글랜드가 정복되면서 지배층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하층민은 영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는 마치 영어를 없애버릴 것 같은 권력을 갖지만 결국 영어는 살아남는다.

영어라는 언어의 발전에는 작가 제프리 초서와 셰익스피어가 큰 기여를 했다. 이들보다 훨씬 더 큰 기여를 한 인물은 목숨을 걸고 라틴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존 위클리프였다.

오늘날 영어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원주민 영어, 흑인 영어, 서부 영어 등이 어우러지면서 미국 영어의 힘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저자의 추계치에 의하면 영어의 가치는 617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2745조 원의 독일어와 1845조 원의 일본어가 뒤를 따른다. 사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는 647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모국어와 제2외국어를 포함해서 영어 사용자 수는 최대 15억 명에 달한다. 영어의 역사를 아는 일은 언어에 대한 깊이와 흥미를 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8개 장은 연대기 순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영어가 차용한 언어나 특별한 역사를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유려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삼성화재, 반려동물 서비스 재시동 건다
  • 美ㆍ中 빅테크 거센 자본공세…설 자리 잃어가는 韓기업[韓 ICT, 진짜 위기다上]
  • 재산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남보다 못한 가족들 [서초동 MSG]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467,000
    • -2.42%
    • 이더리움
    • 4,654,000
    • -3.5%
    • 비트코인 캐시
    • 689,500
    • -0.36%
    • 리플
    • 1,951
    • -1.56%
    • 솔라나
    • 322,400
    • -2.51%
    • 에이다
    • 1,332
    • -0.37%
    • 이오스
    • 1,105
    • -1.78%
    • 트론
    • 271
    • -1.45%
    • 스텔라루멘
    • 614
    • -9.1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000
    • -1.87%
    • 체인링크
    • 24,310
    • -0.69%
    • 샌드박스
    • 848
    • -12.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