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증시 하락의 원인을 찾으라면, 국제유가나 환율, 신용경색 등 외부적 변수에서 찾았다. 하지만,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전일 서브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대비 3% 가까이 하락해 120달러 붕괴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미국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5일 국내증시 역시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하락 마감했다.
매도 강도가 약해지던 외국인들은 이날 5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보여 다시 매도 강도가 강해지는 모습이었으며, 전일 '조선주 몰락'에 이어 오늘은 '철강주 몰락'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 하락의 원인은 과거와 같은 외부적 변수가 아닌, 내부적 변수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27년 이래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고, 국내 7월 소비자 물가 지수 역시 전년동월 대비 5.9%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6월 미국의 실업률 역시 4년 이래 최고 수준인 5.7%로 올라 미 경제에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줄줄이 금리 결정을 할 예정이어서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건설, 조선, 철강으로 이어지는 업종별 순환하락 등이 이어지며, 증시를 이끌만한 뚜렷한 업종이나 모멘텀도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무조건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할 업종이나 모멘텀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HMC투자증권 홍인영 연구원은 "건설, 조선, 철강 등으로 이어지는 주요 섹터별 순환하락 등 내부적인 리스크 요인이 더해지며 오히려 하락변동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물론 추가적인 하락이 진행되더라도 전 저점 부근인 1500선 구간에서는 강한 하방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되지만, 최근 기술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 미 증시의 추가하락 등 외부환경의 악화가 지속될 경우에는 이 또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과거에는 외부적 요인들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지만, 최근에는 물가관련 지표라든지, 고용관련 지표 등 내부적 요인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을 이끌만한 뚜렷한 주도업종이나 모멘텀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 역시 "현재 국내의 물가상승률은 선진국대비 높은 편이며, 국제유가 역시 증시에 힘을 못 쓰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단지 저가 메리트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수가 따르며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펀더멘털의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