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쓰레기 대란] 개도국 “더 이상 쓰레기통 역할 안해”… ‘쓰레기 몸살’ 앓는 지구촌

입력 2019-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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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어 동남아·인도 등도 쓰레기 수입 금지 나서…환경오염·서민 생계 위협 등 사회문제화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에서 비롯된 글로벌 쓰레기 대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쓰레기들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이들 국가도 쓰레기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고체 폐기물 배출량은 20억1000만 톤에 달했다. 오는 2050년에는 폐기물이 34억 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16년 발생한 쓰레기의 약 12%는 플라스틱으로 그 양은 2억4200만 톤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재활용 폐기물 수입국이었던 중국에 이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위해 수십 년간 폐기물을 수입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폐기물 수집업체 임페투스콘셉투스의 토머스 옹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70%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재활용이 가능하나 나머지 30%는 음식으로 오염돼 있다”며 “이들 오염된 폐기물은 수수료를 내고 소각로나 매립지로 보내져야 하지만 일부 재활용 업체는 은밀히 자체적으로 소각한다. 타는 냄새는 팜유와 같아서 이들은 농장에서 밤에 몰래 소각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렇게 재활용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환경오염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면서 중국에 이어 다른 국가들이 수입 금지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말레이시아의 여 비 인(Yeo Bee Yin)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월 클랑 항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곳에 있는 폐기물 선적 컨테이너에서 부패한 우유 냄새가 난다”며 “이들 오염된 폐기물들을 원래 배출한 국가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에 약 580만 톤의 쓰레기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말레이시아로 수출됐다.

태국은 지난해 폐기물 수입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했으나 여전히 불법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쓰레기를 몰래 수입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태국 정부가 아예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5월 자국에 수년간 쌓여있던 불법 폐기물 선적 컨테이너 69개를 캐나다로 반송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지난해 필리핀에 폐기물 약 6300톤을 밀반입한 것이 드러나 우리나라 정부가 결국 국내로 반송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자국에 들어온 폐기물 컨테이너들을 잇따라 발송 국가로 돌려보내는 한편 수입 규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3월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인도 환경부는 “인도는 유독성 폐기물 규정을 개정해 고체 플라스틱 폐기물과 스크랩을 수입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으나 특별경제구역(SEZ) 내에서나 수출특화기업(EOU)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했는데 이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기사에서 세계 최대 폐기물 수요처인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연간 250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하는 인도 재활용 산업이 위기에 처하고 서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규제 강화로 세계적인 쓰레기 공급 과잉 사태가 일어나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가공한 제품 가격이 급락해 폐기물을 수집해 생계를 꾸려나가던 서민의 수입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스크랩을 재활용해 만들어지는 펠렛 가격이 인도 현지에서 과거 1kg당 80루피(약 1375원)에서 현재 45루피로 반 토막이 났다. 플라스틱 물병은 1kg당 한때 45루피였지만 현재는 25루피에 불과하다.

인도에서 폐품에서 재활용 가능한 물건을 수집해 생계를 유지했던 한 여성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가족은 하루 5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는 7명의 아이를 키우고 폐기장 옆에 있는 빈민가의 집을 구입하기에 충분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가격 변동으로 하루 소득이 3달러를 밑돌게 돼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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