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소득이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가계지출은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지출을 뺀 흑자액은 38.4% 급증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통계청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부터 소득·지출을 통합조사해 공표한다. 기존에는 소득·지출부문을 별도 표본으로 조사·공표해 두 통계를 연계 분석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통계청은 표본을 통합하면서 고소득 포착률을 높이기 위해 소득구간별로 200만 원 미만 표본을 줄이고, 1000만 원 이상 표본을 늘렸다. 단 기존 통계와 시계열 비교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조사에선 기존 방식과 새 방식을 병행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근로·사업소득 증가율은 각각 1.8%, 2.2% 증가에 그쳤지만, 공적연금 등 이전소득이 4.7% 늘었다. 단 1분기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소득 증가세가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분기 중 3월 자료에서 사업소득이 다소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분기 사업소득 증가의 추이가 지속할지 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4.9% 줄었다. 조세 등 비소비지출은 1.7%, 소비지출은 6.0% 각각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도 67.1%로 7.9%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의류·신발은 28.0%, 문화·오락은 25.6%, 교육은 26.3% 각각 급감했다. 강 청장은 “종교시설 운영중단, 외출·모임 자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출 감소 폭이 소득 증가를 웃돌면서 가계수지 흑자는 141만3000원으로 38.4% 급증했다.
소득 분위별로 소득 증가는 고소득 가구에, 지출 감소는 저소득 가구에 집중됐다. 1~3분위(하위 20~60%) 가구의 소득은 각각 0.0%, 0.7%,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 분위에선 모두 근로소득이 감소했다. 반면 4~5분위(상위 20~40%) 소득은 각각 3.7%, 6.3% 늘었다. 근로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이 늘었지만, 사업소득은 4분위가 12.3%, 5분위는 1.3% 줄었다. 지출은 1~3분위에서 각각 10.8%, 7.1%, 9.1% 급감했으나, 4~5분위는 1.0%, 2.3% 주는 데 그쳤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은 소득 분위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강 청장은 “1월에는 일자리 사업의 등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요인이 있었다면, 3월에는 이동정지로 인해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드는 요인들이 있다”며 “월별 경향성이 좀 혼재돼 있다”고 부연했다.
1·5분위 간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로 지난해 1분기(5.18배)보다 0.23배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