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한 자본금조달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질적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쌍용차의 대주주 자격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증 이후 약 24% 지분을 앞세워 쌍용차의 경영권을 휘두를 2대 주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와 쌍용차 안팎에서 쏟아진 "마힌드라의 유상증자 추진" 소식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은 75% 수준. 마힌드라는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주식을 더 찍어내고, 이 주식을 매입할 새 투자자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마힌드라의 지분은 75%에서 최대 51%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유증 이후 마힌드라가 남길 지분으로 51%로 점치는 이유도 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분 51%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가 당장 갚아야 할 차입금이 산더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쌍용차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약 3900억 원이다. 인도 마힌드라가 시설자금과 당좌차월 등을 위해 외국계 금융권에서 끌어온 금액이다. JP모건과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참여한 상태다.
이 차입금은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51% 이상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끌어왔다.
이렇게 들여온 단기 차입금(3900억 원)은 현재(19일 기준) 쌍용차의 시가총액(약 4500억 원)에 육박한다. 마힌드라가 보유 중인 쌍용차 지분 가치보다도 더 큰 셈이다.
마힌드라가 남길 쌍용차 지분으로 51%를 점치는 게 이 때문이다.
유증으로 새 투자자가 참여한다면 지분율은 최소 24%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투자자는 새 주인이 아닌, 쌍용차의 전략적 투자자가 되는 셈이다.
마힌드라가 지분 51% 이상을 고집하며 쌍용차 대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 뒤에는 쌍용차의 잠재력이 존재한다.
이미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향후 5년간 제품전략과 연구개발능력, 특히 친환경차 전략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이후 효과를 낼 수 있는 쌍용차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없다면 '먹튀'로 끝내겠으나 내부에서 잠재력을 확인한 상황에 쌍용차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친환경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쌍용차가 쥔, 내년 초 선보일 코란도 기반의 순수전기차 기술도 마힌드라에게는 메리트다.
경영권 포기 의사를 밝히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는 와중에도 대주주 지위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중국 지리자동차가 쌍용차에 대한 투자를 타진 중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지리차는 쌍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기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웨덴 브랜드 볼보를 인수했지만, 기술을 이전할 수 없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관점에서 또다시 ‘중국계 자본의 쌍용차 침입’이라는 악몽이 재현될 우려도 존재한다.
인도 마힌드라가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지분 약 24%만 앞세워 경영권을 쥘 수 있다면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투자의 당위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지분율 낮추고 경영권을 포기한다면 새 투자자 역시 지분 약 25%만으로 경영권을 쥘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영권까지 휘두를 2대 주주로 중국 자본이 거론된다면 또다시 먹튀 논란에서 벗어나게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