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남북관계에 대해 기업인과 경제전문가 10명 중 8명 이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72.6%는 내년 남북관계가 ‘현재상황 지속’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오히려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13.4%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12.4%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거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등의 기타 의견은 1.6%였다.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기업인보다 오히려 경제전문가들이 더 회의적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 지속’이라는 응답이 79.1%에 달했고, ‘관계 악화’가 11.0%였다. 이어 ‘관계 개선(8.8%)’, ‘기타(1.1%)’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인들은 ‘현재 상황 지속(70.0%)’, ‘관계 악화(14.3%)’, ‘관계 개선(13.9%)’, ‘기타(1.8%)’ 순이었다.
기업과 전문가들이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100여 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북한은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남전단 살포를 이유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 간 핫라인을 포함해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의 표면적 이유는 대남전단 살포였지만 이면에는 2018년 2월 ‘하노이 노딜’로 불리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대화 중재나 대북제재 해제에 성과를 내지 못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악화하던 남북관계는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간장감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북한 전문가들로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면서 남북 관계 회복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인영 장관은 취임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물물교환 등 인도적 협력을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소회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빠르게 이행되지 못한 것은 대내외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멈춰 섰지만 평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9·19 남북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렇다 할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의 제안은 물론 문 대통령의 9·19 선언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남북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한보다는 오히려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하면서 대외 정책 기조를 가다듬을 것으로 관측한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한 지도부의 주요 관심사는 ‘내치’인 것으로 안다”면서 “코로나와 태풍 피해 등 눈앞에 닥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