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스털링의 한 골프장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전보를 접했다. 그는 “이 선거에서 내가 승리했다”고 트윗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들려온 패배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선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라며 “바이든 후보는 어떤 주에서도 승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 바이든 후보가 왜 서둘러 거짓 승자 행세를 하고 미디어들이 그를 열심히 돕는지 안다”며 “그들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캠프 측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원해 온 기부자들과 전화 통화를 한 후 법적 싸움에 들어갈 지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 중 한 명인 댄 에버하트는 공화당 내 분위기를 “절망”이라고 표현하며 “(공화당 측의 메시지는) 그저 계속 싸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당장 9일부터 법원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루디 줄리아니 트럼프 캠프 변호사는 이날 오전 필라델피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원하는 만큼 가까운 곳에서 표를 세는 것을 관찰할 수 없었다”며 이번 선거의 투·개표가 얼마나 부정의 온상이었는지를 규탄했다. 아울러 그는 “언론사 네트워크가 선거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측의 대선 불복 시사로 1896년부터 120여 년 간 이어져 온 미국 대선의 승복 전통도 깨질 전망이다. 미국 공영방송 NPR는 “지난 120년 동안 32번의 승복 연설이 있었다”며 “그들(낙선 후보)은 패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상대의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진정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이 속였기 때문에 졌다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트럼프식 승복 방식”이라며 현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줄곧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선거 당일에도 우편투표를 선거 후 3일 후까지 허용하겠다는 펜실베이니아주 법원을 향해 “법원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변호인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판세가 기울자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에서 개표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해당 주 법원들은 “투표용지를 잘못 처리한 흔적이 없다”며 1심에서 모두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연방대법원을 향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으로 문제가 넘어갈 시 최악의 경우 대통령 당선 확정이 내년 초까지 유예될 수 있다. 이 경우 극심한 대선 후유증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여전히 의회에 계류 중이며, 세계 각국과의 외교 및 세금·환경 등 여러 정책적 공약들이 산재해 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내에서도 승복 가능성을 언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절차에 어떤 변화가 감지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