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對미얀마 경제 제재 부활할 수도
“정치적 안정 없인 미얀마 잠재력 발휘도 없어”
미얀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교육 수준과 균형 잡힌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반세기에 걸친 군부 독재와 그에 따른 국제적 고립으로 인해 미얀마의 위치는 역내 최빈국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그런 미얀마가 아시아 최후의 프런티어(개척지)로 주목받게 된 시점이 바로 2012년이다. 군정과 대립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풀려나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국군과 민주화 세력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을 재개했고, 외국 투자가 견인하는 경제성장이 시작됐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 53년 만에 군부 독재 사슬을 끊어낸 뒤부터는 민주화의 기대가 한층 더 높아졌다. 경제도 덩달아 급성장해 한때 미얀마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이 됐다.
그동안 미얀마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에서도 특히 큰 위상을 발휘해온 것은 일본 기업들이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인근에 있는 티라와 경제특구(SEZ)에는 스미토모 상사, 미쓰비시 상사, 마루베니 등이 2013년 이후 미얀마 최초의 근대적 공업단지를 조성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KDDI와 스미쇼가 현지 통신 공사와 합작해 휴대 전화 사업에 참여했으며, JFE엔지니어링이 도로 정비에 빠뜨릴 수 없는 교량 등을 생산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민주화 이후 외자 소매업으로 처음 진출한 이온 그룹이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닛케이는 “미얀마에 대한 절대적인 투자액은 중국 기업이 더 크지만, 투자가 자원 분야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업종이 폭넓다”며 “쿠데타는 이들 진출 기업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쿠데타로 인한 내정의 혼란보다 더 염려되는 것은 향후 미국과 유럽 등에 의한 경제 제재 부활이다. 군사 정권 시절 미국은 자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는 물론, 군정과 관계가 밀접한 현지 기업과 거래한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과의 금융 거래 제한 등을 시행한 바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얀마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현재 미얀마 군부에 수치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민주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재를 재개한다면,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닛케이는 “50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 아세안, 인도의 결절점에 있는 미얀마의 잠재력은 크다”면서도 “정치적 안정 없이는 그것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