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그 것이다. 리비아 대수로를 건설했던 경험이 있던 동아건설이 IMF 이후 사라진만큼 사실상 국내에서 대운하 건설 역량이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 밖에 없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이 '지휘하는' 대운하 사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장미빛 기대감으로 올 한해를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건설의 기대는 단 100일만에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여론의 집중포화 속에 대운하 계획 자체가 백지화된 것이다.
여기에 건설업계에 날로 확산되고 있는 주택사업 불황은 현대건설에게도 적잖은 위기감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년을 바라보는 전망은 그다지 어둡지 만은 않다.
주택사업은 여전히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지만 4대강 정비사업 등 '미니 대운하'사업이 아직도 이어질 전망인데다 정부가 '뉴딜'성 사업인 SOC관련 예산을 대거 입안해, 토목사업 부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건설은 '건설명가의 재건'을 구호로 힘차게 닻을 올렸다. 이종수 사장은 수주,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 전부문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다는 각오로 신년사를 꺼냈다.
매출은 2007년 5조6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늘린 6조5000억원을 계획했다. 특히 해외 수주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수주고인 39억 달러를 넘는 42억 달러를 내걸었다.
현대건설이 새해 벽두에 세웠던 '꿈'은 대부분 이뤄질 태세다.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5조550억원의 매출과 4059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그리고 34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목표치를 대부분 초과달성하는 개가를 올릴 예정이다. 이에 조만간 업계1위 복귀라는 회사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팽배해 있다.
또 해외 수주실적 역시 11월 현재 61억70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려 국내 건설업계 왕좌에 복귀했다. 해외건설에서 현대는 단순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고수익ㆍ고부가가치ㆍ고품질’ 등 ‘3L 글로벌 경영전략’을 가동, 타사를 가뿐히 추월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수주금액도 사상최대가 눈 앞에 보인다. 3분기까지 국내외에서 신규로 수주한 금액은 11조7513억원으로 목표치의 '코 앞'까지 다가선 상태다. 곳간도 넉넉하다. 수주잔고도 5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총 39조1697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현대건설의 실적은 수주경쟁력과 해외사업 강화, 안정적 사업구조, 수익성 중심의 기업운영 등에 기인한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 역량은 현대건설이 지난 2001년 겪었던 워크아웃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아무리 현대건설이라고 해도 내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다. 건설경기가 불안한데다 회사 매각이란 중대 결정까지 있어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을 포함, 사상최대인 무려 25조원 SOC예산이 건설 강자 현대건설에게는 더없는 진수성찬이 될 것이다. 현대건설의 2009년이 '권토중래(捲土重來)'가 될지에 업계의 관심을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