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인도를 ‘찜’했다. 수십 편의 현지 콘텐츠를 제작, 인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최근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른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 발리우드에 크게 베팅을 했다. 올해와 내년에만 40개의 현지 콘텐츠를 제작한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는 인도 콘텐츠로는 최대 규모다.
모니카 셰르길 넷플릭스 인도 콘텐츠 부사장은 “투자 규모가 2019년과 2020년 지출 규모인 4억 달러의 세 배 정도”라면서 “우리가 얼마나 인도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유명 프로듀서와 배우를 섭외, ‘고퀄’ 작품으로 인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인터내셔널 에미상을 수상한 ‘델리 크라임’ 후속편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곳간을 털어가며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도 스트리밍 시장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의 영화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인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17년 3억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4억1000만 달러로 4배 성장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앞다퉈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유다. 라이벌인 디즈니와 아마존 프라임의 인도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과감한 조치를 부추긴다. 지난해 말 기준 인도에서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2500만 명 이상인 반면 넷플릭스는 500만 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가격 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가격 정책 개선에도 나섰다.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지오와 협력해 모바일 특화 상품을 출시했다. 셰르길 부사장은 “우리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품질 개선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스트리밍 업체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난관도 존재한다. 아마존 프라임은 인도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 ‘탄다브(Tandav)’ 속 특정 장면과 관련해 힌두교도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보수 힌두교도들이 드라마가 힌두교 신을 고의로 모욕했다고 비난한 탓이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11월 힌두교 사찰을 배경으로 여성 주인공이 남성과 키스하는 장면이 담긴 드라마 ‘수터블 보이(A Suitable Boy)’로 홍역을 치렀다. 셰르길 부사장은 “압박이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