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치솟은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0%’대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 매수심리도 강한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조정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요즘 집값 과열이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당장 집값이 하락하기보다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되는 양상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주택담보대출 등 집을 살 때 개인이 일으킨 대출 규모는 통상 몇억 원 수준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실제 월 부담 이자액은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친다”며 “이는 개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금리 인상은 저금리 시대는 지나갔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가 여전히 0.75%로 낮은데다 수개월 전부터 이미 예고된 인상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에 큰 영향을 주는 주택매수심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46.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143.2)보다 4.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값을 기록했다.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거나 하향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매입 수요자의 자금조달이 과거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수요가 줄면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집값 상승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 하락은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가능하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집값 향방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