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년들의 서울행은 지방과 서울 모두에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지방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했고, 서울은 청년 과밀로 실업난·주거난에 신음하고 있다.
8월 감사원의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196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20.8%였으나, 1990년 42.7%, 2010년 49.3%로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50.1%로 지방 인구를 앞질렀다. 이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영국 12.5%, 프랑스 18.8%, 일본 28%)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의 주된 배경은 청년층의 이동이다. 이는 지방 인구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가임여성 유출에 따른 출산력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전국적인 저출산 현상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전국 229개 시·군·구의 69%인 157개 시·군·구의 경우 2047년부터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인구의 유출로 인해 초고령화에 이르게 되며, 대부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젊은 층 인구 기반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다.
청년 쏠림은 수도권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취업난·주거난이 심화되면서 비혼·만혼이 추세화되고, 그 결과로 출생아도 준다. 감사원은 수도권의 낮은 출산율이 높은 인구밀도에 따른 청년층의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비혼이나 만혼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더 심각한 쪽은 지방이다. 고령층만 남은 지역은 지역 내 소비가 급감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사업체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지역경제 위축과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 추가적인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특히 보건·의료 등 필수시설까지 사라지면 그 지역은 지역공동체로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미 경북 군위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감소로 환자가 줄면서 입원실·응급실 등이 설치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최근에는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급등으로 청년들의 ‘탈(脫)서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서울 시민은 341만439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30대의 비중이 46%로 절반에 육박했다.
주된 이탈 사유는 집값 상승이다. 서울연구원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통계청의 가구 방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3.0%)은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 조사는 만 18~34세 청년 3520명(서울 67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