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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고 있자니 2년 전 도움을 요청해온 한 청년이 생각났다. 그 역시 발달장애인이었다. 복지관 작업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그만두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 청년은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으며 합격 통보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라는 난관에 봉착, 결국 이직을 하지 못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해온 빵 만드는 일이나 물건을 포장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우울해 죽고 싶다고 말했다.
말투는 어눌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을 하다니 놀라웠다. 이 정도로 자신의 욕구, 감정을 표출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훌륭한데 구직활동까지 했다니. 게다가 어떻게 알고 상담까지 신청했는지, ‘잘 컸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부모가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되었다.
솔직히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장애를 가진 자녀가 세상에 내던져지는 것 같아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 면담은 여의치 않았고, 결국 청년의 작은 소망은 해보기도 전에 좌절되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어떤 이들은 비장애인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발달장애인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기회를 주었는지. 발달장애인은 모자란다고 능력이 안 된다고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2019년 기준 2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을 뺀 나머지 8명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할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성인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돌봄은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돌아간다.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우울지수가 일반인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제도, 장애 정도에 따른 직업훈련 시스템 등이 아쉽다. 적어도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고 꿈을 펼칠 수 있게 기회를 빼앗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