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기 체제의 닻을 올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재편과 준법경영 시스템 안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1기 삼성 준법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만든 협약에 종속돼 자율성과 독립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 준법위 주최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컴플라이언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개별 기업 단위’의 컴플라이언스”라며 “개별 회사 단위에서는 준법 리스크를 완전히 컨트롤 하기란 불가능하므로 그룹 단위의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삼성 컴플라이언스가 7개 계열사에 CP(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을 감시하는 것은 진일보한 부분”이라며 “다만 계열사 차원이다 보니 대표나 총수의 준법위반을 감시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다음 준법위에서는 독립성ㆍ자율성ㆍ전문성을 갖추고, 위원회 고유 역할이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특히 정치로부터 일정 부분 삼성을 해방하는, 거리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와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할 조직ㆍ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총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서 지멘스가 컴플라이언스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사례를 볼 때, 이는 그룹 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준법위에서도 총수 의지를 바탕으로 한 조직의 인력ㆍ예산 등이 뒷받침될 때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 컴플라이언스는 개별 회사 단위로 돼 있어 지배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컴플라이언스의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고 2기 위원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1기 삼성 준법위는 노사 문제, 준법 문화 안착 등 준법 경영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은 “2년 전 출범한 위원회는 성공이나 성과가 중요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데 목표를 뒀다”고 말했다.
한편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선임돼 2기 위원회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