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 반등 과정에서 전기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IT 관련업종들이 상대적인 강세를 기록했으나 전날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이 뚜렷했다.
이와 관련, 시장참가자들은 국내증시의 주도주가 IT에서 금융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코스피의 최근 반등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도주 혹은 주도업종의 변화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들은 새로운 주도업종이 금융 업종이라면 의미는 더 크게 해석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외 증시의 체계적인 위험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국내증시가 체계적인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흐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외국인과 국내기관은 모두 유가증권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종목군을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업종별로 살펴보면 내용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외국인은 운수장비, 전기전자, 철강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를 보인 반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에 대해 12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국내기관은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에 대해 2,30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인 반면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에 대해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과 국내기관의 순매수 업종이 극명하게 대비되게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최근 전기전자 업종이 코스피대비 '아웃퍼폼'했으며 은행 업종은 '언더퍼폼'한 것으로 나타나 기관이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순매도, 금융 업종에 대해 순매수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기관은 상대적인 강세 업종에 대해 이익 실현을, 상대적인 약세 업종에 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이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0년 대우사태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은행업종의 PBR이 0.6배를 기록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0.5배 수준까지 밀려난 은행업종의 밸류에이션 가격대는 지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겪고 있는 최근의 밸류에이션 하락 사태는 미국 은행들이 겪고 있는 위기적 상황과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과 함께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대 이상에서는 오버슈팅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은행을 비롯한 금융 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기관이 환율의 빠른 하락과 미 씨티은행에 대한 미 정부의 추가 지원 검토 소식과 함께 LG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업종 및 서울반도체 등 코스닥시장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고 그동안 부진했던 KB금융 등 금융주 및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발빠르게 교체 매매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따라서 시장 내부적으로는 종목장세의 시세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관의 움직임 변화 여부에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관의 시각이 전일 매매 동향을 토앻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서의 시세 주도권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