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900조 “이자도 못 낸다”…9월 금융지원 끊기면 파산 우려

입력 2022-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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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중기대출 이자 0.64% 올라…매출ㆍ이익 주는데 원가 부담 커져

#대기업에서 원료를 받아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A 중소기업은 작년과 같은 수준의 자금을 들여 원자재를 구입해 공장을 가동하면 생산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유가 급등으로 원재료 값이 작년 대비 두 배 넘게 뛰어서다. 업체는 올해 상반기 3억 원 짜리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원금의 10%인 3000만 원을 상환하기도 했다. 상환으로 이자 혜택은 받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고공행진하는 유가, 계속된 금리 인상 조짐에 매출 및 이익 감소를 생각하면 한숨이 깊어진다.

#지방에서 자동차와 가전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B기업은 코로나 장기화로 매출이 뚝 떨어져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떨어지고 신용등급도 하락해 금융권에서 이를 100% 조달하지 못하는 실정에 놓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물가, 긴축 정책,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등 복합 위기에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에 빚으로 버텨온 중소기업들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계속된 위기와 변수에 한계 상황에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와 자금지원, 모니터링 구축 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기업대출잔액은 1119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925조 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국내 5대 주요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누적대출잔액은 지난 5월 기준 668조600억 원을 웃돈다. 올들어 5월까지 늘어난 액수만 32조1750억 원이다. 이 중 25조 원에 달하는 돈이 중소기업에 투입됐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다 오미크론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및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기업들이 대출 의존도를 높인 탓이다.

문제는 뛰고 있는 금리다. 지난 1월 기준금리는 1%→1.25%로 올랐고, 4·5월에도 연달아 인상됐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전문가들은 물가는 뛰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가는 느는데, 소비는 줄어 매출와 이익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지만 갚아야 할 대출 원금와 이자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김현석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화정책 변화 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변화는 대기업의 대출금리 변화보다 민감해 금리 상승에 의한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대기업보다 큰 폭 증가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낸 ‘기준금리 상승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금리가 1% 인상될 때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0.64%, 대기업은 0.57% 오른다. 금리가 인상되고 긴축을 강화하면 자금 조달 수단이 한정적인 중소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가중돼 한계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부 조달 등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3년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장기화에 유보금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기업 대표는 “정부 기관의 보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대기업에서 원재료를 사 생산을 할 수 있지만 매출과 이익 감소로 돈을 갚지 못하면 그 땐 파산이다”라고 토로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빚을 늘려온 중소기업들은 금리 인상과 원가 상승 등 고비용에 쓰러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문제는 한 기업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업계 전반을 흔드는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계에서 식료품, 섬유, 목재, 펄프, 인쇄업체 등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이들 산업계가 금리인상과 원가 상승, 저상장 등 갖가기 위기를 버티지 못해 줄도산하면 해당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위기를 버틸 수 있게 금융과 정책 투트랙으로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 본부장은 “전세계적인 위기지만 원자재 가격 구입 비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대출만기 추가 연장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민간부문 소비가 위축될 것을 대비해 공공영역의 판로를 넒히는 것도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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