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당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장비 수도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부족한 건 ‘의사’뿐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5차(2016~2020년)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건강보험·의료급여 등 행정자료를 활용했다.
먼저 2020년 보건의료기관 수는 총 9만6742개소로 조사기간 연평균 1.8%씩 증가했다. 조산원은 2016년 28개소에서 2020년 18개소로 급감했으나, 한방병원은 282개소에서 410개소로 늘었다. 요양병원은 1428개소에서 1582개소로 2.6% 늘었고, 이 중 100~299병상 요양병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3.9%)을 보였다.
2020년 의료기관의 전체 병상은 68만5636병상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증가율은 0.5%에 머물렀으나, 인구 1000명당 병상은 13.2병상으로 OECD 평균(4.4병상, 2019년 기준, 이하 동일)의 3.0배였다. 인구당 요양병상은 OECD 평균의 8.8배에 달했다. 해외와 비교해 한국은 100병상 미만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주로 소규모 병상을 설치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늘어난 결과다.
의료장비 수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이 2080대, MRI는 1744대,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은 186대였다. 인구 100만 명당 장비 수는 OECD 평균의 각각 1.6배, 2.0배, 1.5배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0.7배에 불과한 상황에서 병상·장비만 공급과잉 상태다.
이는 의료이용 왜곡으로 이어졌다. 2016~2019년 입원환자는 1280만 명에서 1300명으로 늘었으나,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130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2016년 14.9일에서 2020년 16.1일로 늘어 OECD 평균(8.0일)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평균 재원일수가 짧을수록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병상 이용률이 높았다. 중소병원은 재원일수가 길면서 이용률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2020년 기준으로 환자가 거주지역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비율(자체 충족률)은 대구가 88.7%로 가장 높았다. 자체 충족률이 80% 이상인 지역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울산, 전북, 제주였다. 세종은 29.7%로 가장 낮았다. 지역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중 해당지역 환자의 구성비(지역환자 구성비)는 서울이 59.7%로 가장 낮았고, 제주가 92.4%로 가장 높았다.
2026년 기준 병상 수급 분석 결과 전반적 과잉공급이 예측됐다. 일반병상은 4만4000~4만7000병상, 요양병상은 3만5000병상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추계됐다. 이런 과잉공급은 입원일수와 장비 이용만 늘릴 뿐, ‘의료 접근성’ 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