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 말한 '외계+인', 개성 충분히 살렸나

입력 2022-07-14 16:37 수정 2022-07-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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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 1부' 제작 보고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최동훈 감독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 1부' 제작 보고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 한국적인 방식으로요.

13일 ‘외계+인’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최동훈 감독의 말이다. 결과물을 뜯어보니 마블 ‘어벤져스’ 비유는 합당한 데가 있다. 다만 한국적인 개성을 충분히 살렸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외계+인’은 전설 속 보물인 신검을 차지하려는 1300년대 고려시대의 도사들과 모종의 이유로 현대 인간들의 몸속에 죄수를 가둬둔 외계인이 630여 년의 시차를 오가며 대결하는 SF판타지물이다. 때문에 마블 히어로물의 빌런과도 같은 괴력의 외계인 캐릭터가 맹활약하고, CG 기술로 빚어낸 비행선 등의 액션 시퀀스 비중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

▲'외계+인' 스틸컷 (CJ ENM)
▲'외계+인' 스틸컷 (CJ ENM)

최 감독은 “CG에 대해 잘 몰라서 공부하면서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2009년 개봉한 ‘전우치’에서의 일부 시도를 제외하면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2015)’ 등 대다수의 연출작에서 이 정도로 전면적인 CG를 활용한 적은 없었던 까닭이다.

최 감독은 “가장 어려운 건 (외계인 캐릭터, 비행선 등의) 디자인이었다. 너무 이상하지도 않고 너무 친숙하지도 않은 어딘가의 경계를 찾아야 했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심플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목적 달성을 위해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형 외계 비행선이 한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시퀀스를 언급한 그는 “촬영은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데는 거의 한 달이 걸릴 만큼 CG팀과의 소통이 필요했다”며 공들여 제작한 과정을 설명했다.

▲'외계+인' 스틸컷 (CJ ENM)
▲'외계+인' 스틸컷 (CJ ENM)

CG비중을 크게 높인 현대적인 연출이 한 축이라면, ‘외계+인’의 또 다른 축은 흡사 서극, 주성치 시절의 무술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고려시대 분량이다.

여기에 최 감독 특유의 ‘스타급 배우 총출동’ 역량을 접목해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천둥쏘는 처자 이안(김태리), 이들에게 무기를 만들어 파는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비밀을 감춘 자장법사(김의성)를 등장시킨다.

특히 염정아가 연기한 흑설은 ‘쿵푸허슬(2005)’ 속 ‘돼지촌 여주인’의 ‘사자후’ 만큼이나 인상적인 주특기를 선보인다.

고려시대 도사 무륵 역을 연기한 류준열은 “멀게는 1960년대부터 가깝게는 1980년대까지 홍콩, 중국의 무협영화를 많이 보고 연구했다. 그들 모습과 비슷하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독님과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또 “당시 배우들은 배우이자 무술가이기도 했기에, 조금이라도 닮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2년 이상 기계체조를 중심으로 몸 쓰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외계+인' 스틸컷 (CJ ENM)
▲'외계+인' 스틸컷 (CJ ENM)

한편 현재 시점에서는 인간 몸속에 갇힌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김우빈)와 그의 딸, 두 사람과 함께하는 로봇 썬더가 활약하고, 의도와 상관없이 외계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형사 문도석(소지섭)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줄이어 나타난다.

다만 이같은 ‘외계+인’의 특성은 이미 하나의 장르로 완성된 마블 히어로물과 홍콩 무협영화의 기술적인 결합에 그친다는 인상을 안기는 측면도 있다.

발전한 CG 기술력과 꽤 매력적인 동양적 세계관을 맛볼 수는 있지만 작품만의 오롯한 개성을 특정하기 힘들고,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시공간을 오가며 벌이는 방대한 전투가 뒤로 갈수록 산만하게 늘어지는 측면도 있다. 두 시간 반에 달하는 142분의 러닝타임이 필수적이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남는다.

CG 액션 장면과 실제 배우들의 연기, 대사 사이의 쫀쫀한 교합 면에서도 일부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외계+인’은 1부 순제작비만 3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2편을 동시에 촬영한 만큼 전체 제작비는 4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많다.

최 감독은 이 여정을 두고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인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반대한다.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겠어?’라는 말을 들을 때 약간의 반항심도 생긴다. 정말 그럴까? 관객은 어떤 영화든 볼 준비가 돼 있는데 영화를 만드는 우리가 너무 틀에 가두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외계+인’은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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