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했다. 정부가 9~10월 물가 정점론 유지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7월에 정점을 지났다는 조심스런 분석까지 나왔다. 잿빛 경제지표 일색인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다. 8월의 5.7%보다 0.1%포인트(p) 낮다. 7월 6.3%까지 치솟은 뒤 두 달 연속 상승세가 꺾였다. 추석 명절을 전후해 채솟값이 폭등하는 등 물가가 극도로 불안했던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7월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통계청의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아직 정점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6, 7월 폭등했던 석유류 상승률이 유가 하락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 따른 착시효과일 수도 있다. 9월 석유류 상승률은 16.6% 오르는 데 그쳤다. 6, 7월 상승률인 39.6%와 35.1%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서민의 밥상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배추·무가 90% 이상 급등했다. 외식물가도 치킨과 생선횟값 등이 크게 올라 1992년 7월 이후 30년 2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는 주춤했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국제유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만 배럴 이상 감산 합의 전망에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틀 새 8% 급등했고,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는 충격이 더 크다.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압박, 주춤했던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한은은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0.06%p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불안 요인이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7.4원 오르고, 도시가스 요금도 MJ(메가줄)당 2.7원 인상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에 7670원 오른다. 이번 인상으로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0.3%p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5%대를 유지하더라도 유가와 환율, 공공요금 인상 변수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는 다시 6%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된다.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버는 대로 다 쓰는 서민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0.5%p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터다. 정부는 방심하지 말고 서민 생활과 직결된 밥상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