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수준 높고 집값 불확실성 커…
우대금리 충족 까다로워 흥행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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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매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본격 신청을 받는다. 고금리 논란을 의식해 애초 발표보다 금리를 낮췄지만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있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이날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받는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정책모기지와 달리 소득 제한이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 갈아타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는 모두 면제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수준은 ‘우대형’ 연 4.15~4.45%, ‘일반형’ 연 4.25~4.55%로 책정됐다. 애초 적용금리는 우대형 연 4.65~4.95%, ‘일반형’ 연 4.75~5.05%였으나 4% 중반대에 형성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보다도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존보다 0.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
최근 아파트값 내림세가 지속하면서 9억 원 이하 알짜 매물을 노리는 ‘내 집 마련’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0억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됐지만 최근 주춤한 단지들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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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우성’ 전용면적 59㎡형은 이달 10일 9억 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지난해 4월 10억4500만~10억650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5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단지 인근에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상도역이 인접해 교통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3단지’ 전용 84㎡형은 2021년 8월 11억5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 28일 7억8000만 원까지 내려왔다. 이는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시세보다 1억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30대 예비 신혼부부 A 씨는 “신혼집으로 눈여겨보던 단지가 9억 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덜컥 매수에 나서려고 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며 “신혼가구 우대금리로 대출받으려면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소득 7000만 원 이하 등 세부요건을 충족시켜야 해 매우 까다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저금리 기조 때보다 금리 수준이 높고 집값 불확실성이 커 주택시장 분위기 자체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연 3.86%,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 하단은 연 4.15%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않으면 오히려 은행권 금리 하단보다 높아 일각에선 정부가 이자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이 KB시세를 적용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KB시세가 9억 원을 넘으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다. 이미 현 정부가 내놓은 새출발기금,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주담대 등 정책금융 상품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바 있어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 향후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 실거래가가 급락했더라도 KB시세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대출이 거절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사진=조현호 기자 hyunho@)](https://img.etoday.co.kr/pto_db/2023/01/20230108130945_1839022_1000_538.jpg)
결국 신규주택 구입보다는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상환 용도,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보전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는 좋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일 수 있을 만큼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아쉽다는 평가를 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DSR에 걸려 대출한도가 부족했거나 전세금을 반환해줘야 하는 집주인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대출이 있던 수요자들은 혜택을 느끼게 될지는 몰라도 주택시장 활성화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