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의사결정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이를 위한 자본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FA한국협회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 빌딩에서 제8회 ESG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업 거버넌스와 기업가치’를 주제로 열림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및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이상훈 경북대 교수, 김성수 전 CFA한국협회 회장,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후 이남우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앞선 발표자들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대담을 나눴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최근 행동주의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소유분산기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관치’이며,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관치 풍조가 주주 주요 가치 중 하나인 주주 통제권을 훼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유분산기업이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해서 정부가 개입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공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정부 재량이나 법적 근거, 주주권리 침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법치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물적 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에 대해 “주주 통제권을 배제 및 편취하는 것이 본질임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주주통제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전 CFA한국협회 회장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거버넌스 경쟁력을 설명하며 “선진 거버넌스 스탠다드 기업을 경영할 때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스닥 상장기업의 핵심 거버넌스 원칙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 △기업의 장기적 이익과 일치시킨 인센티브 시스템 △유능한 CEO 승계작업을 들었다.
김 전 회장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회사 규모 확장이 아니다”라며 “자사주매입 등 적절한 자본배치를 통해 주당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주들의 비례적인 이익을 보호해주지 않는 데에서 유래한다”며 “피라미딩 소유구조로 지배주주 입장에서 배당 지급 동기가 낮고,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며,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미소각해 지배주주권 강화 등에 악용하는 등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기업 거버넌스는 생태계가 중요하다. 하나의 제도가 아닌 인프라와 같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은 국민의 참여와 관심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기타비상무 이사로 합류한 SM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회 중 5명이 사외이사, 기타비상무 이사도 사외이사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보면 과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처음인 것 같아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진행했던 7개 은행 관련 캠페인에 대해서도 최소 5개 은행이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요구한 수준에 부합하는 자본배치 정책을 발표했다. 은행들이 정책을 발표한 것만으로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고 희망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열풍에 반해 가시적인 성과는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표 대결을 해서 찬성표가 얼마나 나왔는지, 몇 개라도 안건으로 상정시키는 성공사례가 나왔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주총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주들의 표심을 보여주고 변화를 이끄는 것이 목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상훈 교수는 “자사주 매입이 무조건 좋다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소유분산 구조가 많아 주주 지분에 영향이 없으나 한국은 이미 지분이 많은 지배주주가 자사주매입을 하면 오히려 주주지분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자본배치도 주주 비례적 이익 원칙과 연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주주대표 소송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상법상으로는 회사가 손해를 본 경우에만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했으나, 개정안에 기반을 두면 주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로도 소송이 가능하다. 최근 이슈가 된 물적 분할 건도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송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