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파크원 '더현대 서울' 출입구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픈 런(Open Run)을 하려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직원이 백화점 출입문을 열자마자, 대기줄에 서 있던 이들은 각자 원하는 매장을 향해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한 고객의 발길을 따라 5층 휴식공간 ‘사운즈 포레스트’에 도착하자, 초대형 미키마우스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한 100주년 기념 디즈니 팝업 ‘섬머 판타지’다. 디즈니 팝업 공간은 오픈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북적였다. 곰돌이 푸부터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 브랜드의 유명 캐릭터로 꾸며진 포토부스에는 인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주로 20~30대 젊은 커플이나 아이와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들이 이곳을 찾았다. 맞은편 디즈니 굿즈 판매대 역시 키링, 피규어, 인형 등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디즈니랜드 팝업 오픈 런에 임한 김원석(24)씨와 문푸름(24)씨는 “얼마 전 방문했던 빵빵이 팝업스토어에서 오랜 시간 기다렸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문 열기 1시간 30분 전에 미리 왔다”면서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만족한다”며 기뻐했다.
문씨는 “더현대 서울에는 구경할 팝업 매장도 많고 핫한 맛집이 많아서 평소에도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는 편”이라며 “구경을 마치고 식품관에서 밥도 먹을 예정인데 유명하다는 매장이 너무 많아 아직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디즈니 팝업 방문이 두 번째라는 유민상(27)씨와 김시현(24)씨도 “지난 일요일에 디즈니 팝업을 왔다가 너무 많은 인파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돼 아쉬웠다”면서 “평일에는 사람이 덜하겠지 싶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왔는데 다행히 성공해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만족했다.
채성준(30)씨는 “아이가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해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면서 “더현대 서울은 쉴 곳도 많아 가족끼리 편하기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고 했다.
디즈니 팝업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비하면 오늘은 그나마 덜 붐비는 수준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고객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면서 “주로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이나, 10~30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2021년 2월 처음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이달 25일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했다. 개점 첫해인 2021년(2~12월) 2500만 명, 지난해엔 전년보다 약 1.5배 늘어난 4400만 명이 각각 방문했다.
매출 역시 꾸준한 성장세다. 개점 첫해부터 연 매출 8005억 원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9770억 원 매출을 기록하고 올 1월부터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다. 올해 말이면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하는 데 이는 국내 백화점 업계 최단 기간이 기록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 같은 성과는 SNS에서 유명세를 탄 식당과 카페, 팝업스토어 등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나 새로 개점한 매장이 공유되면서 10~30대 걸친 젊은 층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 번 입소문을 탄 매장과 팝업스토어는 연일 대기 줄을 세우며 온라인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된 유튜브 애니메이션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 ‘빵빵이의 생일파티’는 시작 12일 만에 누적 관람객 약 3만 명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날 만난 방문객들 역시 대부분 소셜미디어(SNS)에서 정보를 얻어 방문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김예흔(23)씨와 윤도연(23)씨는 “주변 친구들이 더현대 서울에 있는 핫한 카페나 팝업에서 찍은 인증샷을 많이 올리는 문화가 있다”면서 “맛집이나 팝업스토어를 소개하는 계정에서도 정보를 얻곤 한다. 그중 가볼 만한 곳이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의 또 다른 흥행 요소는 지하 1층에 마련된 식품관이다. 점심시간 시간에 찾은 식품관에는 식사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품관 이름인 ‘테이스티 서울’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유명 맛집들이 즐비했다. 특히 서울 용산, 성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레디포스트’, 안국동에서 잠봉뵈르 맛집 ‘소금집델리’, 카페 ‘카멜커피’ 등에는 매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도 길 줄이 세워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울 용산, 성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레디포스트’ 매장 앞에서는 프레첼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특히 많았다. 평소 유명한 맛집과 카페 방문을 즐긴다는 이연주(21)씨는 더현대 서울의 장점으로 우명 맛집이나 카페가 한데 모여 있어 선택권 많다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프레즐을 사러 경기도 파주에서 여기까지 찾아오게 됐다”면서 “매장마다 줄을 길게 서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요즘 맛집 어딜 가든 웨이팅은 필수라 이 정도 기다리는 것은 감수할만하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분위기를 몰아 새로운 팝업과 식품 매장 오픈도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디즈니스토어 매장부터 지하 1층 식품관에 용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이커리 맛집 테디뵈르 하우스를 선보이고 10월엔 파이브가이즈 2호점이 각각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