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연금개혁의 완성 ‘퇴직연금 강제화’

입력 2024-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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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대부분 일시금지급 노후보장 안돼
원리금보장형 많아 운용수익 미미
저리대출·전담기구 도입 선결돼야

국민연금의 지속성 담보를 위한 개혁은 사적연금 중 퇴직연금의 강제화 과정과 맞물려 추진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현행 40%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에도 노후소득으로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70% 이상을 보이는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연금가입자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적연금 중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2005년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이는 부족한 노후소득대체율을 20%에 육박할 정도로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퇴직연금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노후소득원의 보완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기존과 같은 퇴직일시금 또는 퇴직연금의 형태로 지급할 수 있는데, 실제로 2022년 연금계좌수를 기준으로 92.9%(지급금액 기준 67.4%)가 퇴직일시금으로 지급되었다. 즉, 일부 고소득자 계층에서 연금으로 노후대비를 하고 있으나 절대 다수인 저소득층에서는 계좌당 평균금액이 1600만 원에 불과하여 주택자금, 전세자금, 기타 차입금 상환 등 장래 자신들의 노후보다는 긴급한 자금욕구에 충당시키는 이른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나타냈다.

또한 퇴직연금의 종업원 가입률은 2022년 합계 53.2%에 머물렀고 이 중 300인 이상 기업들은 70.5%를 보였으나 5인 이하 영세사업장 가입률은 11.9%에 그쳤다. 이는 기업주가 매년 월급여총액의 12분의 1인 8.33%의 보험료에 대한 지급여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즉, 취약형 저소득 근로자 계층에는 퇴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결여된 상태이다.

한편, 2022년말 기준 336조 원의 적립금은 DB(확정급여)형이 57%, DC(확정기여)형이 26%, IRP(개인퇴직계좌)형이 17%로 구성되었는데 운용구성은 원리금보장형(채권, 단기금융상품)이 298조 원(89%), 실적배당형(주식 및 주식형 펀드)이 38조 원(11%)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실정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퇴직연금 운용비중은 50% 이상이 실적배당형으로 구성되었고 2008~2021년간 연평균운용수익률이 대부분 국가에서 4~6%를 실현하였다. 같은 기간 1.3% 수익률에 그친 한국과는 대비된다.

한국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최근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영국의 NEST(국영고용저축신탁) 체제와 같은 퇴직연금 강제화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강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필요한데 우선, 가입자들의 중도해지 및 목돈으로서의 일시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 보증하에 장기저리의 퇴직연금 담보대출 도입이 요구된다. 영세기업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률 제고를 위해 영세성 기업의 상황에 따라 30~50% 정도의 정부 재원을 통한 보험료 대체 지급도 필요하다. 이는 현행 국민연금에서 지역가입자 중 농축수산업자들에게 보험료 50%를 정부가 지급해 주는 형태를 감안하여 저소득층 노후복지 차원에서 검토할 만하다.

또한 고용노동부 또는 관련 부처가 주축이 되어 퇴직연금 전담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행 초저수익률에 국한된 성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을 적어도 장기적 국민연금 운용성과(33개년 연평균 운용수익률 6.8%)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국의 경우를 참조하여 가입자 지정 없이도 연금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도입하여 2~3개의 전문 자산운용기관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연금지급 방식은 호주에서와 같이 DB형보다는 DC형으로 통일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제반 토대를 구축하여 퇴직연금의 강제화를 시행할 경우, 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퇴직연금보험료율 8.3%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노후 소득대체율을 2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본지(▶2024년 3월 25일자 오피니언면 참조)에서 필자가 제안한 국민연금의 개혁안을 통한 국민연금만의 기대 소득대체율 40%와 합산하여 국민 전체적으로 노후의 합계소득대체율을 60%까지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개념으로서의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급여수준과도 필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OECD 회원국들 중 성공적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와 비교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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