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빨리'보다 '제대로'

입력 2024-08-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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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는 ‘상시근로자를 5명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이다. 여·야는 22대 총선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공약했다.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같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와 관련해 “필요성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든, 국회 주도든 22대 국회에선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령에 따라 일부 조항만 적용받는다. 공휴일·대체공휴일 유급휴일, 연장·가산·휴일근로수당 가산, 연차 유급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은 적용받지 못한다. 상시 4인 사업장의 근로자는 상시근로자 1명이 모자라 휴일과 수당이 감소하는 것이다. 상시 4인 사업장과 5인 사업장 간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차별은 불합리하다.

다만,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노동약자 보호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논의돼야 한다. 그래야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 적용 확대에도 남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판례에 의존적인 ‘근로자성’ 정의도 정리가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자와 자영업자 경계에 있는 노동자가 늘면서 근로자성 판단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늘고 있다. 근로자 정의의 모호함을 그대로 두고 적용 대상만 확대하면 불필요한 갈등만 늘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속도전을 지양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방식·절차를 정하고, 그 뒤에는 영세 사업장들이 충분히 법 개정 내용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넉넉히 둬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알고도 위반했다면 몰라도, 몰라서 위반했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하고, 연구용역 등을 통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의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적용 확대 속도·방법·절차도 정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성 정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따르는 모든 노동관계법에 영향을 미치므로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절차를 통해 개정안을 만들고, 계도기간을 거쳐 전면 시행하려면 4~5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급함은 독이다. 법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혼란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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