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에 수출의존도↑…미ㆍ유럽 등 반발↑
인도 루피화, 위안화에 맞춰 절하 준비 태세
중국의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1조 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유럽과 인도, 남미 등 주요국들과도 무역·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총 9536억 달러(약 1314조 원)로 이전 기록인 2022년의 8349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세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무역흑자는 785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또 이 기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다.
중국은 자국 내 수요 부진이 심화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수출 의존도를 높였다. 수출기업들에 재정 지원책을 쏟아냈고, 그 결과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실적을 높여왔다.
반면 수입은 중국 경기침체와 국산 전기차 판매 확대, 외산품 대체 수요 등으로 위축됐다. 중국 정부는 4분기 들어서야 내수 제고를 위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터 수석 연구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의 수출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그 물량은 엄청나게 증가했다”며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는 다시 수출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1~10월 국가·지역별 무역흑자를 보면 미국은 4.4% 늘었다. 유럽연합(EU)은 9.6%,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은 36% 가까이 급증했다. 또 중국은 현재 170개국에 대해 상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많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은 이미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반발을 일으켰다. 특히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에서 중국 상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그는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를 겨냥해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최고 ‘2000%’의 관세율을 때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EU와 남미 여러 국가도 중국산 철강과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였다.
중국발 무역 불균형은 환율전쟁의 전운까지 드리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 인도중앙은행도 루피화 약세를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올 들어 인도들 대상으로 850억 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이는 전년에 비해 3%, 5년 전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중국의 대체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대중국 무역적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가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을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환율 측면에서 위안화보다 수출에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 인도 루피화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무역 흐름과 환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