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광고 미끼상품’ 된 미디어 콘텐츠

입력 2024-12-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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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한정된 시장 두고 매체간 생존경쟁
글로벌 OTT 가세로 상황 급속악화
정보성 잃고 ‘광고에 종속’ 경계를

한국 방송시장의 획기적 전환점은 1990년대 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만들어진 지상파방송을 축으로 형성되었던 ‘공공독점(public monopoly)’ 시대가 상업방송 SBS 출범으로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SBS는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하며 경이적인 성공 신화를 써나갔다. 누구나 TV 수상기와 안테나만 설치하면 볼 수 있는 지상파방송 시대이고, 프로그램을 재활용할 수 있는 케이블TV 같은 다채널 유료방송이나 인터넷 VOD도 없던 시절이었다.

SBS는 오직 광고 수입 하나만으로 초기 자본금을 회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급증하고 있던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방송 매체가 KBS, MBC 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SBS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방송광고 시장의 빈틈을 통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SBS의 성공 신화는 이후 한국 방송시장의 비극이 되어버렸다. SBS 출범 직후부터 숨 가쁘게 이어진 신규 방송 매체들의 연이은 고전과 실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1993년 지역민방, 1995년 케이블TV, 2000년 위성방송, 2005년 DMB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규 방송 매체들이 초기 진입단계에 크게 고전하거나 중도 탈락하기도 했다.

원인은 모든 신규 매체들의 수익모델이 한결같이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SBS 성공 신화로 마치 광고 재원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거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착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광고시장은 급속하게 늘어난 방송매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기존 매체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경쟁매체들에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출범했던 위성 DMB는 결국 소멸했다. 또한 초기에 유료화 전략을 포기한 케이블TV는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한 저가 경쟁에 매진하였다. 말이 좋아 결합상품이니 ‘트리플 플레이’이지 사실상 가입자 늘리기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 때문에 초저가 유료방송시장이 고착되었고, 지금도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모바일·인터넷 매체들까지 광고시장을 잠식해오자, 광고 규제를 놓고 매체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지상파방송 중간광고나 광고결합판매 같은 쟁점들은 현재 진행 중이다. 더구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광고규제 이슈는 또다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광고시장 진입은 광고시장에서의 경쟁을 더 가열시킬 것이 분명하다. 불과 2년 만에 넷플릭스의 광고형 멤버십 가입자가 세계적으로 7000만 명에 도달했다고 한다. 신규 가입자 50%가 광고형 베이직 가입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 없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고집했던 넷플릭스 전략변화는 이용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비경합성 미디어 콘텐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콘텐츠는 이용자 규모나 노출 수를 가지고 광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인 상품, 아니 ‘미끼상품’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아마존 프라임이나 쿠팡 플레이의 동영상 서비스는 자체 수익보다 전자상거래 이용자 모으기에 더 목적을 두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월마트가 스마트TV 비지오(Vigio)를 인수했다고 한다. 마치 영화관이 영화 관람이 아니라 팝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던 시절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더구나 급증하는 제작비 때문에 이용료만으로 수익 모델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미디어서비스들이 광고 수입 확대에 초점이 맞추고 있는 양상이다. 광고기반 스트리밍 TV(FAST : 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는 물론이고, 대놓고 영상 콘텐츠를 광고도구로 활용하는 쇼핑TV(shoppable TV)와 ‘애드테크 큐레이션(AD Tech Curation)’이란 용어도 일상화되고 있다,

무엇이든 광고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공급자와 이용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미디어 콘텐츠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 미디어 콘텐츠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이용자들이 그 의도를 인지할 수 없다면 결국 ‘가짜뉴스’ 메커니즘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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