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값된 원화, 계엄·탄핵에 한 주간 28원 뛰었다…엔화 장기채 투자자 ‘갈팡질팡’

입력 2024-12-08 14:14 수정 2024-1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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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계엄령 사태’부터 ‘탄핵 표결 무산’까지 국정을 둘러싼 이슈가 불과 사흘 새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한 주 만에 28원이 급등하며 약세가 심화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개인투자자들(개미)은 엔화 강세 시 환차익과 채권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였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는 지난 7일 야간 거래에서 14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대비 3.80원이 더 올랐고, 전주 종가 1394.70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 주 동안 28.30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 대비 3.02%, 미국 달러 대비 1.84%씩 절하되면서 원화 가치가 대폭 떨어진 것이다.

이번 주 국내 양대시장은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7.75포인트(p), 16.86p 하락해 2420과 661선으로 내려앉았고, 외국인은 1조3000억 넘게 코스피를 팔아치웠다. 가결 또는 부결이라는 탄핵안 정국 속 ‘2차 비상계엄’ 우려가 투자자 불안을 키우면서 시장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은 미국과 일본 시장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ETF를 찾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일부터 6일까지 개미들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헷지(이하 아이셰어즈)’를 약 568만4529달러(약 80억9477만 원) 매수했다.

이 기간 매수 1위이며, 2위인 산리오(380만 달러)와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3위는 닛케이225지수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넥스트펀드 닛케이225 ETF(272만 달러), 4위 닌텐도(219만 달러), 5위 버튜버(버츄얼 아이돌) 기업 커버(172만 달러)였다. 그러나 순매수 결제 기준으로 보면 달랐다. 산리오와 넥스트펀드 닛케이225는 순매수 순위에서도 각각 1, 2위를 기록 중인 반면 아이셰어즈는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는 아이셰어즈 가격이 오르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장에서 꾸준히 쓸어담는 가운데 누군가는 계속 팔아치우면서 차익실현을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계엄령 시행 이후 6일까지 가격은 1225.0엔까지 뛰었다. 지난 10월 중순(17일 1236.00엔) 이후 종가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ETF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높은 채권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장기채 ETF다. 환차익과 채권 가격을 모두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계엄령 이후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오는 1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수익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동안 시장에서는 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지만,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실패와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신중론’이 커지면서 한동안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한편 국내 계엄령 이후 원화 가치는 절하를 거듭 중이다. 북한과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정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나온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꾸준한 외국인 증시 자금 이탈은 불안요소”라며 “6일 주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상당했음에도 환율이 1415원에서 내려오지 못한 것은 국내 원·달러가 여전히 상방 압력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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