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임현택 전 회장 불신임으로 공석이 된 회장직을 이어받을 차기 회장 선거를 본격화했다.
차기 의협회장은 전공의 공백과 의대생 학업 중단을 수습하고, 여러 직역의 회원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멈춰선 윤석열표 의료개혁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하는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10일 의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정견발표회)를 개최했다. 선거는 5파전으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자들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과 의료체계 정상화 의지를 피력했다. 비상계엄 포고령에 ‘파업 전공의를 처단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정부와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택우 후보는 “계엄을 선포한 반민주세력이 미래 의료 주력인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모두의 공분을 샀다”라며 “의협 의대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폭압적 태도를 보고 정권붕괴를 예고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최안나 후보 역시 “그야말로 ‘미친’ 비상계엄은 올해 2월 정부가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한 2000명 의대 증원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이제 우리 모두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에 대한 보호와 이들의 의협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통으로 제시됐다. 사직과 휴학 등으로 타격을 입은 생계와 학업 회복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주수호 후보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나서며 투쟁이 시작되고 유지됐다”라며 “이들을 의협 회장 산하로 끌어들여 좌지우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회장이 감옥을 가야 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고 기꺼이 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후보는 “의협 주요결정은 회비납부와 무관하게 모든 회원이 결정하도록 하고, 의협이 전공의, 대학병원 공보의 등 세부조직의 강력한 연맹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후보자들은 의협 대내외 혼란을 정리하고 신속히 회무를 정상화한다는 포부도 앞다퉈 강조했다. 의협은 11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또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중단과 보건복지부 포함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으로 사실상 정부 측 카운터파트가 없는 상태다.
이동욱 후보는 “경기도의사회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로 올해 2월 7일 재선돼 6년 동안 회무를 이끌고 있다”라며 “경기도의 2만6000회원이 선택한 직선제 회장으로서 역량을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최안나 후보는 “수련, 개원, 공공기관 봉직의, 대학교수 등 모든 직역으로 종사한 경험을 살려 의견 수렴 창구를 운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11월 10일 42대 임현택 전 회장 탄핵에 따라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투표는 내년 1월 2일과 3일 진행되며 개표는 4일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7일과 8일 결선투표 후 8일 당선인을 확정한다.
강희경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올해 5월부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김택우 후보는 경상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올해 2월 의협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원장, 2021년 의협 간호법 저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동욱 후보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주수호 후보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 제35대 의협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미래의료포럼 대표로 활동 중이다.
최안나 후보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을 지내다가 올해 초 사직하고 제42대 집행부 총무이사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