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차기 사장 선임 무기 연기
서금원 등도 인사 논의 후순위로
산은 본점 부산 이전 물 건너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그간 추진되던 금융 정책이 동력을 상실한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교체 시기를 앞둔 금융 공공기관장의 경우 인선 차질이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어 인사 공백이 우려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위원장 취임 이후 첫 연말 인사를 이달 중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절차가 중단됐다. 김소영 부위원장의 교체와 함께 금융위 1급 인사가 예상됐지만, 논의 자체가 올 스톱된 것이다.
부처 산하의 공기업과 유관기관의 후임 인사도 밀릴 전망이다. 공기업 수장의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업무 공백 상태와 인사검증의 콘트롤타워 붕괴로 후속 임직원 인사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기업의 인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사장 임명이 이뤄진다. 기관장 임기가 만료하기 2개월 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이후 후보자를 공모, 이사회와 주총 의결 절차를 거친다. 이후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달 말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선 논의가 무기한 미뤄졌다. 내년 1월 17일 권남주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임추위 활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권 사장 체제가 연장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수장인 이재연 원장도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지만, 인선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에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결정까지 공기업 인사를 연기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도해 예정된 임명절차를 진행했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을 과도하게 행사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번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밝혀 한 총리의 권한대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내란 혐의 등으로 고발된 한 총리를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며 금융기관이 추진하던 정책도 난관에 부딪혔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직후 부산 지역 규모를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해왔다. 김병환 위원장도 산은 부산이전을 위한 산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현 정권에서 부산 이전은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탄핵 과정에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추가 삭감을 감행하며 금융위 예산 중 서금원 출연 햇살론15 예산은 당초 정부안인 900억 원만 반영됐다. 앞서 정무위원회는 이 예산을 550억 원 늘려 1450억 원까지 확대하자고 의결했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까지 마쳤는데도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인사가 미뤄지면 신사업과 정부 사업도 같이 밀릴 수밖에 없어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