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뒷전으로 밀려선 안될 '민생재판'

입력 2024-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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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법원 앞을 오가다 보면 사건 피해자가 팻말을 들고 엄중한 선고를 촉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온 국민 시선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에 쏠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이 쌀쌀한 겨울 날씨를 가리지 않고 법원 앞에 서는 건 그들의 절망과 간절함이 법정은 물론 그 밖까지 전달 됐으면 하는 염원 때문일 것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다. 다단계 사기 특성상 피해자들의 수가 많고 그만큼 피해 금액도 대규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에 제출된 엄벌 탄원서, 강력 처벌 탄원서가 수백 수천 개에 이른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4000억 원대 다단계 업체의 유사수신 범행에 가담한 모집책들의 항소심 공판이 시작된다. 이 사건 관계자들은 유죄가 인정돼 1심으로부터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 주에는 이 사건 계열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1조 원대 불법 다단계 사기를 친 업체 대표와 경영진들의 2심 공판이 시작됐다. 이들 또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면, 여론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1조 원대 불법 다단계 사기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은 검사 시절 다단계 사기 범죄를 수사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 기사가 쏟아졌고 여론도 들끓었다. 논란이 커지자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결국 사임했다.

여론은 때론 피해자 고통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과거 코인 사기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기사를 썼을 때 피해자로부터 “기사를 작성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주고 취재해달라”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억하는 보람을 느꼈던 순간 중 하나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주목도는 현재 어떤 재판과도 비교할 수 없다. 다만, 그 밖에 있는 재판들도 엄중한 선고와 여론의 관심을 바라고 있다. 이전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다단계 피해 기사 하나에 고맙다고 보낸 피해자의 메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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