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적자 늪…한파 버티는 배터리 소재사

입력 2024-12-29 11:18 수정 2024-12-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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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에 휘청…줄줄이 적자 전망
美트럼프 리스크에 中공세까지
투자 줄이고 재무 개선 총력

길어지는 캐즘에 국내 배터리 소재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대부분 연간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고 재무 체력을 기르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29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위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3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560억 원 흑자에서 적자전환이다. 특히 4분기에만 12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2223억 원에서 올해 4600억 원대로 적자 폭이 커질 전망이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소재 사업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 1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양극재 업체의 경우 전방 수요 부진에 더해 지난해 폭락한 광물 가격이 올해도 연중 내내 하락한 점이 뼈아팠다. 광물 시세를 제품 판가에 연동해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실적 충격이 특히 컸다.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빠졌다.

다른 소재 업체들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근본적 원인인 전기차 캐즘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올해 2800억 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적자가 전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셀 제조사와 달리 아직 북미 내 생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소재업체들은 보조금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도 매섭다. 전기차 대중화 전략의 초점이 성능에서 가격으로 바뀌면서 국산보다 20~30%가량 저렴한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구조 전환이 제한적인 소재사들의 전략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1조5000억 원에서 1조 원 내외로 축소하고, 양극재 생산공장 ‘CAM9’의 준공 일정을 2년 연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9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추진하는 전구체 합작공장 투자를 중단했고, 8월에는 OCI와 합작한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OCI에 모두 넘겼다.

캐즘을 견디기 위한 재무 체력 확보에도 집중한다. 엘앤에프는 애초 계획한 영구채 발행 대신 1700억 원 규모 해외 교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소각해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IMM과 2021년 발행한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매입해 소각한다. 다만 IMM의 투자 의사를 고려해 전환사채를 신규 발행하되 현재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내년도에 발행하기로 했다.

SK넥실리스는 최근 폴란드 정부로부터 1950억 원의 보조금을 확정 지으며 현지에 건설 중인 동박 생산공장의 운영 전략에 속도를 낸다. 폴란드 공장은 말레이시아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생산 거점으로 9000억 원이 투입됐다.

캐즘 이후를 대비한 공급망 구축도 추진한다. 중국 등 특정 지역에 치우친 수급 의존도를 낮추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호주 등으로 리튬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광물부터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부터 전구체, 양극재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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