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쉬운 정도 따라 'UDF' 기준 정립
"보험적용 방안 고안...한국과 무역 기대"
‘개호식품’(介護食品)으로 통용되는 일본의 케어푸드는 한국보다 소비자가 접하기 쉬운 구조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은 물론, 시중에서도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호식품을 고를 때는 ‘UDF’(유니버셜디자인푸드) 표시 여부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개호식품 기준인 UDF를 마련한 곳은 20여 년 역사를 지닌 일본개호식품협의회다. 2002년 설립돼 일본에서 개호식품을 보급하고, 자체 규격의 책정과 운용 등을 담당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 케어푸드 발전에 참고하기 위해 100여 개의 일본 식품기업을 회원사로 둔 일본개호식품협의회의 후지사키 토오루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협의회를 “일본에서 유통되는 개호식품 기준을 도모하고, 회원사들과 함께 노인·환자 등을 위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개호식품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대다수의 일본 개호식품은 협의회에서 제정한 UDF를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 UDF는 먹기 쉬운 정도에 따라 △쉽게 씹을 수 있음(UDF 1) △잇몸으로 부술 수 있음(UDF 2) △혀로 부술 수 있음(UDF 3) △씹지 않아도 됨(UDF 4) 등으로 구분한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UDF라는 기준을 정해 식품 제조 판매자나, 개호식품 소비자 등이 개호식품 선택 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했다. 일본 식품기업은 개호식품 제조 시 협의회에 신고해 승인을 받은 후 UDF임을 상품에 표시해 유통할 수 있다. 현재 일본 내 100여 개 기업이 협의회에 가입해 UDF를 준수·운용하고 있고, UDF 등록 상품 종류는 2000종이 넘는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일본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장수, 저출생의 영향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었다”며 “1980년대부터 개호용 가공식품 연구가 시작돼 1990년 개호식품 시판이 개시됐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빠른 행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일본의 개호식품 시장은 약 1200억 엔(약 1조1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일본 고령자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측돼 개호식품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인 확대가 전망된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현재는 요양 시설이나 병원 전용의 업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집에서 간호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개호식품도 재택 전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협의회가 회원사로 두고 있는 주요 개호식품 기업은 큐피, 뉴트리, 아사히그룹식품, 메이지 등이다. 현재 시판용으로는 레토르트 식품 타입이 가장 많고, 병원 등 B2B(기업 간 거래) 상품으로는 용량이 큰 냉동식품이 많다. 시판 제품은 점도조절식과 유동식이 주를 이룬다.
일찍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노인을 위한 먹거리 유통에 오랜 고민을 해왔다. 협의회는 개호식품을 더욱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요양시설이나 병원 등 전문가 집단은 개호식품 접근 기회가 많지만, 재택 간병의 경우 보급이 쉽지는 않다”며 “오랜 노력 끝에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등에 개호식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일반 소매점에서 개호식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하고,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민적인 인지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호식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지는 약 50% 정도”라며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국민 절반은 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으로 개호식품 분야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한국과 개호식품을 통한 교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후지사키 사무국장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인근 국가에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개호식품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를 통한 개호식품 무역도 조금씩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