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가 ‘레켐비’ 처방 본격화…치매 치료 패러다임 바뀌나

입력 2025-01-02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환자들에 새로운 선택지…완치 아닌 억제 목적 약제”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환자에게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환자에게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처방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치병으로 인식되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병원이 최근 환자들에게 레켐비 처방을 시작했다. 대학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이 레켐비를 지난달부터 도입했다. 롯데의료재단 보바스기념병원과 일산복음병원 등도 각각 지난달 10일과 30일부터 레켐비를 처방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도 이달부터 레켐비를 처방한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해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에 쓰이며,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지난해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얻었다.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치매 신약이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건 레켐비가 최초다. 현재까지 FDA가 승인한 치매 신약은 레켐비를 포함, 작년 7월 일라이릴리의 키순라(도나네맙), 2021년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아두카누맙) 등 총 3품목이다.

아두헬름에 대한 효능 및 부작용 논란이 불거졌으며, 처방실적도 저조해 바이오벤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아두헬름은 2022년 당시 식약처 허가 절차 중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반려됐다. 또 다른 품목 키순라도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았다.

레켐비가 치매 관련 국내 의료계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의학계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과인산화 타우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과도하개 쌓여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과도한 축적을 막는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에 따르면 179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레켐비 임상 3상에서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인지능력 저하가 27% 느리게 진행됐다. 그간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의 유력한 원인을 직접 겨냥해 작용하는 의약품은 없었던 만큼, 국내 환자들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사진제공=바이오젠·에자이)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사진제공=바이오젠·에자이)

다만 모든 치매 환자가 레켐비를 사용할 수는 없다. 적용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치매 단계의 환자로 제한적이다. 또 치료 전 인지기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척수액을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검사, 단백빌 합성에 관여하는 APOE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적합성 평가 후 투약 여부가 결정된다. 약효 역시 치매 완치가 아닌, 진행을 억제하는 것에 그친다.

부작용 위험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레켐비는 임상에서 투약 환자 13%가 뇌부종을, 17%가 뇌출혈을 겪었고 MRI에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소견이 나오는 등의 부작용이 관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럽의약품청(EMA)은 올해 7월 승인을 거부했고,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GA)도 레켐비의 효능이 안전성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국내 의료기관들도 레켐비를 투약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부종 및 뇌출혈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MRI 검사를 실시한다.

투약이 적절한 환자들에게는 높은 보험 약가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아직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해 환자 본인이 비급여로 투약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1년 투약 기준 레켐비 약값은 미국에서 약 2만6500달러(3897만 원), 일본에서 약 298만 엔(2777만 원)으로 책정되고 있다.

레켐비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신약이지만, 한계는 명확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한다”라며 “글로벌 임상 결과 약 68%의 환자에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효과를 보였고, 약물 투여 환자들의 질병 진행이 27%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전이나 완치가 아닌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하는 약제이며, 이상 반응이나 일부 환자에서 뇌부종 및 뇌출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6㎜ 얇기에 AI까지 강화”…‘갤럭시 S25 슬림’ 관전 포인트는?
  • 美 내전 상상해 그려낸 '시빌 워'…분열의 시대가 왔다 [시네마 천국]
  • 본격적으로 막 오르는 겨울 산천어ㆍ곶감 축제 [주말N축제]
  • 산타랠리는 없었다…뉴욕증시, 5거래일 만에 반등
  • 16번째 생일 맞은 비트코인…직전 생일엔 ‘상승’ 올해엔?
  • “건설업계, 올해도 악화일로… 분양시장 불확실성 경계해야”
  • 중국서 힘 잃은 ‘K뷰티 빅2’, 올해 새 동력은 M&A
  • 새해 펼쳐질 우주쇼는?…행성퍼레이드ㆍ슈퍼문ㆍ유성우 등 즐비
  • 오늘의 상승종목

  • 01.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4,802,000
    • +0.84%
    • 이더리움
    • 5,371,000
    • +4.21%
    • 비트코인 캐시
    • 706,000
    • +2.39%
    • 리플
    • 3,618
    • +1.01%
    • 솔라나
    • 320,900
    • +1.13%
    • 에이다
    • 1,583
    • -2.52%
    • 이오스
    • 1,354
    • +2.5%
    • 트론
    • 401
    • +2.3%
    • 스텔라루멘
    • 674
    • +2.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850
    • +5.8%
    • 체인링크
    • 34,710
    • +3.15%
    • 샌드박스
    • 951
    • +0.7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