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녀와 따로 또 같이”… ‘액티브 시니어’ 위한 실버주택 뜬다[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⑦]

입력 2025-01-03 07:00 수정 2025-01-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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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모형도. (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모형도. (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노인을 주 수요층으로 하는 주거 인프라 마련이 중요해진 것은 이제 당면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요즘 고령층을 상징하는 건 ‘액티브 시니어’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활발한 여가와 소비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다.

이들이 중위 고령층(65~79세), 초고령층(80세 이상)으로 진입하는 향후 5년이 시니어주택 산업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또한 액티브 시니어를 사로잡기 위한 색다른 서비스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에 위치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백운호수 스위트’) 또한 다양한 특화설계와 편의시설을 통해 시니어 수요를 모으고 있다. 3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국내 최초 세대공존형 주거단지로, 일반 분양형 오피스텔과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이 하나의 단지 내에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시행·운영은 엠디엠플러스, 시공은 대우건설이다. 입주는 2025년 11월로 예정돼 있다. 지난달 17일 백운호수 스위트 견본주택을 찾았다. 평일 낮이었지만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형을 둘러보거나 계약 문의를 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60대 A씨는 “건강을 이유로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데 일 때문에 지방에 자리잡긴 어려워서 실버타운 입주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차로는 이동이 편한데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 않아 고민된다”고 말했다.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내 고령자를 위한 시설. 왼쪽부터 화장실 비상콜, 욕조 단차와 손잡이, 현관 앞 벤치 등.(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내 고령자를 위한 시설. 왼쪽부터 화장실 비상콜, 욕조 단차와 손잡이, 현관 앞 벤치 등.(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전용 61㎡, 84㎡의 두 평형이 있으며 총 536가구(1단지 325가구·2단지 211가구)다. 견본주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령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위한 시설이었다. 노인 입주자가 신발을 신다 넘어지지 않도록 현관에 벤치가 마련돼 있었고, 배수가 필요한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바닥엔 단차가 없었다. 집안 곳곳엔 비상콜 버튼이 있고 욕실엔 미끄럼 방지용 안전바와 타일이 자리 잡았다.

활발한 사회 활동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해 약 1만1000㎡ 규모의 대형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했다. 실내·실외 수영장, 스크린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음악, 체육, 교양 등 문화 강좌가 열리며, 입주민 관심사에 맞춘 각종 모임도 지원한다.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사회적 교류와 취미 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 1~2회 청소, 세탁, 정리정돈 등을 포함한 하우스키핑과 컨시어지 서비스도 갖춰 가사노동에서의 해방이 가능하다.

단지 내 시설에는 간호사가 상주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종합적인 의료 연계 서비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입주민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엠디엠플러스 관계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점점 늘어나는 대규모 실버타운 수요에 맞춰 시니어주택을 기획하게 됐다”며 “100~200가구 규모의 소규모 실버주택은 많지만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커뮤니티 시설 모형도.(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커뮤니티 시설 모형도.(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

이 곳 계약자의 30%는 60대로 알려졌는데, 기존 실버타운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자녀 양육을 마친 뒤 ‘나’를 위한 소비에 시간적·경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높은 수요를 보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3㎡당 입주보증금은 2300만~2500만 원, 월 비용(1인 기준)은 190만~250만 원으로 수도권의 고급 실버타운과 맞먹는다. 입지가 서울 중심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보니 서울 강서구 ‘VL르웨스트’, 광진구 ‘더클래식500’ 등 서울 내 위치한 시니어주택보다는 저렴하다.

실버타운과 오피스텔이 같은 단지에 혼재된 복합 주거단지라는 점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실버타운 특유의 고립감을 덜어줘 고령 입주자들이 더욱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오피스텔 거주자와 시니어주택 입주자가 다수의 커뮤니티 시설을 공유한다는 점에선 불편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시행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준비했다. 때문에 부모를 가까이에서 부양하되 독립적인 거주 공간을 구축하고 싶은 자녀들에겐 인기가 많다. 엠디엠플러스 관계자는 “실제 계약자 중 부모님은 실버타운 입주를 결정하고 자녀는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케이스가 꽤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백운호수 스위트가 프리미엄 실버타운을 표방하는 만큼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시니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세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는 “고령자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과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사회복지사와 간호 인력이 상주하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생활 만족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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