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SK온도 분기 적자 가능성 커
전기차 한파 장기화에 생존전략 마련 골몰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하면서 배터리 3사의 ‘동반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까지 맞닥뜨린 업계는 생존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 6조4512억 원, 영업손실 2255억 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3773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6028억 원의 적자를 냈다.
분기 적자는 2021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EV’ 리콜에 따른 충당금 6200억 원을 반영하면서 372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영업이익은 북미 고객사 물량 감소에 따라 고수익성 제품 출하 비중이 줄고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적자가 유력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삼성SDI의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1074억 원이다. SK온도 2000억~25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3사의 합산 영업이익도 2023년 3조2116억 원에서 지난해 1조 원을 밑돌며 3분의 1 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여건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IRA 등 전기차 배터리 산업 지원책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 미국이 대중 견제를 강화해도 전방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시적인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보조금 폐지가 실현될 경우 시장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미국 완성차 합작법인 신규 가동이 향후 6개월 내 진행되는 만큼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합작 파트너사의 올해 판매 계획이 배터리 업계 실적 전망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 폐지 등으로 이미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배터리 업계는 생존전략 모색에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 글로벌 생산거점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신·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앞선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SK온 역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서도 업황 회복 이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제품 혁신에도 힘을 쏟는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수익처를 공략하는 한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중저가형 제품부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SDI는 작년 11월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최주선 사장을 새 수장으로 임명하고 기술 중심 전략을 명확히 했다. SK온 역시 SK실트론에서 기능성 웨이퍼 개발을 주도했던 피승호 제조총괄을 신규 선임하며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느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캐즘 이후를 대비하는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