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사 TSMC 협업 의사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반도체 기업들에 엄청난 기회를 안겨다 준 동시에 위기까지 가져왔다. 그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기업들의 사업 전략 역시 ‘협력’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필요하다면 경쟁사와 협업까지도 불사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최근 AI 교육 솔루션 기업 엘리스그룹과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리벨리온은 엘리스그룹과 함께 자사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솔루션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한다. NPU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딥러닝과 같이 AI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이외에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진출 기회 모색,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가 교육 분야에서 협력해 AI 기술을 활용해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엘리스그룹과 함께 AI 반도체 기반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벨리온은 AI 업계의 각 분야 기업들과 함께 국산 AI 반도체 확산을 위한 성공사례를 만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번 협업이 AI를 활용한 사업 구체화의 좋은 예시로 꼽는다.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은 “리벨리온처럼 응용 분야별로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AI 시대 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현재 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딥엑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딥엑스가 올해 초 본격적으로 자사의 첫 NPU 제품인 ‘DX-M1’ 양산에 돌입해서다. 해당 칩은 로봇을 포함해 물리 보안 시스템, 산업용 솔루션, 서버 등 여러 응용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양사는 앞서 2023년 현대차·기아의 최첨단 로봇 플랫폼에 딥엑스 NPU 기술을 적용하는 등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자율주행, 얼굴 인식 등 다양한 기능에서 사용이 기대된다. 딥엑스는 그간 CES 등 굵직한 행사에서 데모 시연 등을 진행하며 성과를 입증해왔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 상대인 대만의 TSMC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에서 협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4 개발 현황에 관해 “복수의 고객사들과 커스텀(맞춤형)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베이스 다이(Base Die) 파운드리 파트너는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HBM이 고객 맞춤형 트렌드로 변화하면서 그간 고수하던 자사 파운드리 활용 전략을 과감히 깬 것이다.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연산 기능 등을 맞춤형으로 탑재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제조 기술력 역시 크게 요구되는 만큼 업계 1위인 TSMC의 최신 공정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 베이스 다이를 TSMC와 협력해 제작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삼성전자는 1년 전만 해도 자체적으로 투자해서 2~3년 동안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주도권을 갖고 오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TSMC와 후공정 관련 전략적 협력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